치명적인 유혹 '강박'

by 한꽂쌤

20대 후반 여성, A는 자리를 비우는 빈도가 잦다. 화장실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다가 잠깐 다녀온다고 하고 나서고, 다시 왔다가 다시 나가고,,,,그녀는 화장실에 왜 그리 자주 가는 걸까?


40대 초반의 남성 B는 자리에 일어서다가 커피를 쏟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는데 실수로 넘어뜨린 탓에 옷과 책상이 흥건히 젖었다.


T: 천천히 옷 입고 나가셔도 됩니다.

C: 선생님 너무 죄송해요. 제가 급한 마음에...

T: 급히 나가시려고 했던 건가 봐요

C: 아니... 그게 아니라.... 선생님께 제대로 인사를 하고 나가려다가 컵이 팔꿈치에 쓸렸나 봐요. 잘하려고 한 행동인데 엉망이 돼버렸네요.


자주 화장실을 다녀와야만 하는 A, 뭐든 제대로 해내려는 B,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행동이 삶 전반에 불편감을 주지만 그만두지 못하여 어려움에 처했다.


일상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을 만큼 심각한 강박사고와 행동은


늘 ~ ~ 해야 돼

항상 그렇게 해야 돼

결코 ~ 하지 않으면 나는 못살아


라는 절대적 수식어가 꼬리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강박사고(obsession)와 강박행동(compulsion)은 절대 다른 상황을 허용하지 않고 다른 경험을 시도하려 하지 않고 오로지 문제가 되는 행동과 생각에 집착하게 하여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 시 갈등의 원인이 된다. 강박적 사고나 행동은 의외로 흔하게 앓고 있다. 50명 중 1명 꼴로 나타나는데 그 경중의 편차는 있으므로 모두 심각하게 여기지는 말아야 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심한 불안감이 원인이 된다. 이러한 불안감은 직장생활과 대인관계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강박행동을 많이 하면 신속한 업무처리가 되지 않게 되고 그렇게 되면 업무평가도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 프로젝트가 맘에 들지 않아서 고치고 또 고치는 행동을 반복하다가 급기야 마감시간을 놓치는 경우에는 그가 쏟은 시간이 오히려 낭비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자신도 지나친 보고서 수정을 하고 싶지 않지만 완벽해지지 않으면 끝내지 못하기 때문에 들여다보면 볼수록 허접해 보인다고 호소한다.


A와 B의 사례를 보면 두 사람 모두 불안감에 떨고 있다.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들의 강박적 사고가 더 많은 실수를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과거에도 불안 속에서 살아왔다. 성적을 늘 상위권을 유지해야만 했고 공부 잘하는 그룹에서 끊임없는 레벨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주변해는 자신보다 잘하는 경쟁자들이 많았기에 '나는 늘 못해, 부족해, 뒤쳐지면 내 인생 망하는 거야'라는 비합리적 사고가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강박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춤을 직업으로 삼는 댄서들이 하루라도 연습을 안 하면 안 된다는 강박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댄서의 실력은 나날이 좋아질 것이다. 가수들이 노래를 강박적으로 연습한다든지, 운 동선 순들이 강박적으로 운동을 하고 하루를 보낸다든지 하는 행동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긍정적 강박을 통해 삶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결과보다는 과정의 가치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시험 결과가 좋지 않다면 '내가 이 성적이 나오다니 망했어'가 아니라 '나는 최선을 다했잖아..... 다음에 또 도전해야지'라고 하며 자신이 열심히 공부했던 과정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결과에 집착하다 보면 과정 중에 의미 있던 경험들을 무시하게 되고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한 자신을 탓하게 돌 수밖에 없다. 강박사고를 긍정적으로 풀어내면 좋지만 늘 그럴 수만은 없다. 결국 ~ 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지나친 집착은 자신을 좁은 틀에 가둔 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안감을 갖고 산다. 프로이트도 편집증, 강박을 가진 사람들, 히스테리 등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흔히 가지고 있으므로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하였다. 강박적 사고와 행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심한 경우라면 물론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겠지만 일상적인 불편감을 주는 정도라면 노력해볼 만하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형편없이 못나 보이고 패배자 같고 무능력하다는 생각이 일어난다면 말을 바꾸어 말해보는 것도 좋다.


나만 이러는 거 아닐 거야

다른 사람도 다 회사 다니면서 스트레스받고 그래


라고 하며 나 혼자 모든 짐을 지고 있다는 강박사고가 있다면 이에 대한 반응을 멈추고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가져보자. 어렵다는 거 안다. 그렇지만 작은 행동을 통해 좋은 습관을 만들어가는 방법이 최선이다. 자신이 시도하려는 행동을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다시 실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습관은 충분한 기회를 주었을 때만 가능하다. 자신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야 말로 강박이라는 치명적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강박을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수용 전념 치료(ACT)에서 다루는 수용이다. '~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라는 사고는 피하려면 할수록 더 심해질 뿐이다. 강박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행동에 대해 관심을 꺼야 한다.


아 그렇구나. 지금 내가 불안한 거였구나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구나


라고 하면서 자신이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도록 하자. 그 두려움, 불안을 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먹잇감이 될 뿐이다. 부정적인 강박사고가 침습하면 '내가 더 이상 할 것은 전혀 없다'라며 담담히 받아들이면 좋다.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고통, 공포감이 엄습해 오더라도


난 그동안 최선을 다했어.

두려움이 드는 건 당연해

불안감이 오는 건 당연해


라고 자신에게 드는 감정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이 순간은 힘들지만 시간이 가면서 해결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건 내가 하는 익숙한 생각이었을 뿐이야'라고 하며 그저 내버려두길 바란다. 막을 수 없이 몰려왔던 긴장감과 불안감은 시간과 같이 흘러갈 뿐이다. 결국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고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걸 없애려고 하다가는 역습을 당할 것이기에 차라리 받아들이고 인정하길 바란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수용하고 내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선택하자.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불안과 긴장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면 된다.


<예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임의로 각색된 사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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