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내 상처에 대해 묻지 않았다.
대화를 잘하는 비결이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주기 위해서는 공감을 잘해주어야 한다는 것에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까? 이처럼 공감이라는 녀석은 이곳저곳에 바삐 사용되는 덕분에 인기가 많아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그러나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사용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입이 다물어진다. 상담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공감이라는 단어를 지겹도록 듣고, 말하고 외치며 살고 있다.
‘공감을 잘해주어야 한다’
‘공감이 최고다’
‘공감만이 살길이다’
‘공감이 그렇게도 안 되냐’
‘공감도 못하면서 무슨 상담을 한다고 그러냐’ 등등....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감이 공감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사람들은 공감을 한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상대방의 생각을 상상한다. ‘아마 저 사람은 저래서 저럴 거야’, ‘아마 그래서 그랬을 거야’라면서 상대방을 이해하는 듯한 최대한의 예의 있는 말을 데려와 그 사람을 표현한다. 그러나 ‘과연 맞을까?’ 생각해 볼 일이다.
얼마 전 딸이 나에게 대뜸 이런 말을 했다.
딸: 엄마.... 엄마 말이야. 상담 공부 시작했을 때 어땠는지 알아? 그때 내 마음도 잘 모르면서
내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말을 했었어
엄마: 내가 언제?
딸: 엄마 생각 안 나? 그때 엄마 심각했다니까? 내가 진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엄마: 내가 그랬다고?
딸: 그래 엄마.... 지금은 진짜 나아진 거야
딸이 이 정도로 말할 정도면 그 당시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을지 상상이 간다. 얼마나 엄마를 봐주기 힘들었을까? 주워들은 상담심리 지식들을 가족들에게 적용하며 얼마나 같잖게 얘기하며 밥맛이었을까 생각하니 너무 부끄러웠고 미안해졌다. 나처럼 이런 실수를 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넘겨짚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상담자의 역할 중에 ‘알지 못함의 자세’가 있다. 이는 상담자가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인 행동을 통해 내담자에게 풍부하고 진실한 호기심을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알지 못함의 자세’를 위한 의사소통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 상대방이 사용하는 단어에 귀를 기울이도록 한다. 또한 상대방이 침묵하거나 한숨을 쉬는 비언어적 반응에도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며 어려움이 해결되기 위한 대화로 촉진될 수 있는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내담자는 자신이 무엇을 변화시키기를 원하는지, 자신의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아는 가장 잘 알고 있는 전문가다.
내담자 문제에 있어서 진정한 전문가는 타인이 아니다. 바로 내담자 자신이다. 상담자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다. 내담자가 상담에 와서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요’라고 물었을 때 상담자인 자신도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알지 못함의 자세는 이런 것이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모르기 때문에 더 알고 싶어 하고, 이해하고 싶고, 호기심 있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다가가야 한다.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려는 것 하고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나는 당신에 대해 잘 몰라요. 더 알고 싶어요, 더 설명해 주세요’라는 자세로 더 다가서야 한다. 우리는 그 누구에 대해서도 안다고 자신할 수 없다.
그러니 묻자.
‘제가 잘 몰라요’
‘나에게 당신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자세히 얘기해 주세요’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다른 사람을 공감하느라 늘 힘들어하는 20대 공감남이 있었다. 자신에게 차갑게 대하는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에게 일을 많이 시키는 상사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결국 그는 자신에게 가끔 연락 없는 여자 친구에게 불만이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다 사정이 있겠지’ ‘그럴만하니까 그럴 거야’라며 상대방을 향한 끝없는 공감이 공감남을 지치게 만들었다. 공감남이 오해하는 한 가지는 진정한 공감은 그들을 자신의 방법으로 이해나는 것이 공감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의 공감법이 자신의 마음건강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공감하는 사람은 그의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걸으며 옆자리에 앉는다.
-인디언 속담-
공감은 상대방의 신발을 신고 그 사람의 눈으로 그 사람이 보려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에 있어서 착각하는 부분이 ‘내가 정말 상대방의 위치에서 상대방이 보려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이다. 나의 눈높이를 정해놓고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아직 자신이 신은 신발을 신고 있다는 증거이다.
진정한 공감을 위해서는 바로 지금 신발을 벗고 상대방의 신발을 신고 상대방이 가진 두려움과 어려움을 온몸으로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