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과 집착 사이

by 한꽂쌤

다른 사람의 호의를 유독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인간에게는 타인에 대한 의존 욕구가 있게 마련인데 타인의 호의가 편치 않는다면 의존 욕구는 채워질 수 없다. 누군가 나를 위해 뭔가를 해줄 때 미안함이 앞선다면 타인의 호의는 호의의 기능을 할 수 없다. 자신의 마땅히 상대방의 호의를 받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야만 의존 욕구가 채워질 수 있다. 결국 인간은 타인의 호의를 받을 줄 도 알아야 타인을 향한 요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의존이 부담스러워지지 않으려면 타인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내가 저 사람에게 폐가 된다 해도 귀찮아하지 않을 거야


라는 상대와 나와의 친밀감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신뢰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의존이 자연스럽지 못한 사람은 타인을 향한 의존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냥 해주면 고마워할 텐데.... 생색 좀 내지 마"


상대방이 생색을 내면 맘 편히 의지할 수 없다. 무언가를 해줄 때마다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A와 B는 서로 연인관계다. A는 여자 친구 B에게 자주 묻는다.


"나 사랑해?"


어린 자녀를 둔 엄마는 가끔 자녀에게 묻는다.


"엄마 좋아해?" "엄마 좋지?"


서머힐학교를 설립한 니일(A.S.Neil)은 '자신을 좋아하냐고 묻는 어머니는 최악의 어머닏'라는 말을 했다.

상대방에게 자신을 좋아하냐고 묻는 사람들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무언가를 자신을 향해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무의식 중에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 의존하려는 사람의 무언가를 해주려는 대상이 의존하려는 사람의 태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는 중요하다. 생색내면서 호의를 베푸는 것인지,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푸는 것인지 말이다.


어릴 때 충분히 유아적 의존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 어떻게 될까? 맡은 바 일에 충실하고 책임감 강하고 인정받는 사람으로 살 것이다. 형식적으로 볼 때는 나무랄 데 없는 어른으로 잘 적응하는 모범생으로 보일 수 있다. 끊임없이 타인의 기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대에 부합하려 노력하다가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다. 겉으로 볼 때에는 적응력 좋은 사람이지만 누군가는 자신을 책임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은 줄어들고 타인에 대한 불평 감은 늘어간다.


애착에 문제가 있는 경우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곁에 머물게 하기 위해 지나친 요구나, 허락하기 싫은 약속임에도 타인이 좋아할 만한 답을 하곤 한다. 타인에게 적절한 관심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경우 의존이나 집착을 과하게 하는 경우가 흔하게 일어난다. 이로 인한 누적된 정서적 피고 감은 결국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불안이나 자신을 향한 부정적 정서성으로 쌓인다.


'거절을 잘 못하겠어요'


거절에 대한 예민함을 갖은 사람들은 자신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걸 타인에게 들킬까 봐 지나치게 의식한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거나, 거절할 거라는 두려움으로 지나치게 매달리고 과하게 의존하는데 우울감과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집착하는 사람들은 유독 책임감이 강하다. 채워지지 않은 의존 욕구의 반동 형성으로 책임감을 선택한 경우이다. 남에게 의존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지만 채워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지는 강화된다.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나는 상대방의 호의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야'


라는 자각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은 서로에게 호의를 베풀기도 하지만 호의를 받을 수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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