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感情)을 찾아주세요
공허하다. 허무하다는 느낌을 표현할 때 공허감(空虛感)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아무것도 텅 비어있는 상태, 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이다. 심리학에서 바라보는 '공허하다'는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불교, 도교 등 동양 철학에서는 독립된 본성(本性)이 드러나는 것으로 여긴다.
이러한 공허감을 채우기 위한 방법으로 성취감(成就感)이 있다. 뭔가 이루지 않으면 불안하다. 뭔가 하고 있지 않아도 불안하다. 왜일까? 의미 있는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고 하는 노력도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 일 경우가 있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 조급한 마음은 성취감으로 대체된다.
공허함이 진할수록 뭔가 해야 하는 성취욕구는 극대화된다. 공부, 자격증, 여가활동, 성(性) 등에 집착하는 경우라면 공허감을 채우기 위한 불편한 성취감은 아닌지 주의해야 한다.
플라토 신드롬(Plateau syndrome)이 있다.
플라토(plateau)는 무엇을 연습할 때, 처음에는 진도가 빠르나,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정체가 되고 그 이후 연습을 지속적으로 해야 진도가 나간다는 의미이다. 플라토 신드롬(Plateau syndrome)은 한 개인이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동안에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지만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공허감을 겪게 된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했던 긴장감이 목표가 이루어진 다음에는 신체적, 심리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경험한다.
민영 씨는 대학원에서 논문을 통과하고 나서 플라토 신드롬 경험하였다. 그녀는 깊은 우울감을 호소했는데 그동안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아왔는지 무망감에 휩싸였다. 몇 년 동안 논문을 쓰는 동안은 고통스러웠지만 논문이 통과한 이후에는 기쁨보다는 우울감이 찾아온 것이다. 그 당시 그녀의 내면에서 들려왔던 내적 언어는
내가 그동안 뭣한 거지?
이거 하려고 몇 년을 고생한 건가?
너무 덧없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논문을 쓰던 몇 년 동안의 힘든 시기가 드디어 막을 내렸음에도 기쁨은 온데간데없고 허무함만 남았다. 왜일까?
매사에 불안감을 자주 마주하는 사람들은 일, 여가, 성생활, 취미생활조차도 성취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그들에게는 그 어떤 것도 이뤄내야 하는 목적일 뿐이다. 이들이 이러한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면 시간낭비로 인식한다. 이들의 성실과, 책임감과 열정은 부지런함과는 거리가 멀다.
공허감에 휩싸이는 이유를 단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심리학에서는 불안이 억압의 결과라고 말하는데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인식하기를 억누르고 인위적인 감정으로 채워 넣기 때문에 공허감이 가중된다고 해석된다. 이들에게 있어서 성취를 그만둔다는 것은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과 같다.
커리어우먼으로 열심히 살아온 두 여성 A, B가 있다. 30대 후반이 될 때까지 결혼을 미루고 일에 매진하며 살아왔던 그녀들이기에 단 하루만이라도 자신들을 위해 휴식시간을 갖자고 결의를 다졌다. 몇 달 동안 노력을 쏟아냈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결산을 앞둔 어느 날 '호캉스'를 즐기며 하루 쉬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두 여성은 대망의 그날이 되자 M호텔에 도착을 했는데 서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의 양손에는 노트북과 서류가방이 여전히 들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휴식시간조차도 일을 놓지 못하는 그녀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마음보다는 차라리 안쓰럽다는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여유로움이나 여가생활에 대해 불편감을 느끼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이다. 안타깝지만 이들은 의도치 않게 쉬면서도 죄책감을 느낀다. '내가 이렇게 쉬어도 될까?'라는 생각에 압도당하여 애매모호한 휴식시간을 보내고 만다. 바쁘게 살아왔던 자신에게 정당한 대가로 휴식을 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치 않다는 일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루라도 푹 좀 쉬었으면'
이라 생각하는 당신이라면 아마 지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리라. 일을 잠시 놓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을 테고, 여유시간을 갖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 또한 쉽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당신이 성취에 몰두하는 동안 당신의 본연의 감정은 저 깊숙이 가라앉게 된다. 당신 본연의 감정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산다면 결국 공허감이 가득한 시간이 대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부디 당신의 감정을 다시 찾기를 바란다. 뒤돌아 서서 당신이 잊었던 당신의 real감정의 행방을 찾기에 열심을 내야 할 때다. 당신이 억압(抑壓)하면 할수록 감정 찾기는 멀어진다. 이제부터라도 뭔가 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내가 외면한 본연의 감정을 마주하기를 바란다.
지치도록 뭔가를 이루기를 위해 애쓰는 자신의 삶이 보람차다고 여기기보다는 인간관계에서의 친밀감을 경험함으로써 의미 있는 삶을 되찾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성취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