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음이 두 마음이야?, 두 마음이 한 마음이야?
양가감정(ambivalence)은 어떤 것에 대해 동시에 상충(相沖)되어 일어나는 반응이나 행동, 생각을 말한다. 정신분석학 이론에서는 양가감정을 약으로 치료가 안 되는 마음의 갈등이라 하였다. 어떠한 대상이 있을 때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흔히 부모 자녀관계, 연인관계 등 친밀한 관계에서 나타나지만 친구 관계나 일반적인 대인관계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A는 지난주 상담에서 "부모님을 용서하기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죠"라고 말한다. A는 부모님에 대한 양가감정으로 힘들다는 말을 자주 했지만 그들을 이해하려는 시도 역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그녀에게 무관심했던 부모님에 대한 미움이 그럴수밖에 없었노라고 이해하려는 태도로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A 내면에서 일어나는 '내가 부모를 미워하는 나쁜 사람은 아닐까?' 하는 자기 비난의 목소리에 자유롭지 못해서일 것이다. 그녀는 그동안 이러한 양가감정으로 인해 기진맥진한 상태에 이르렀고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양가감정의 포로가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상반된 양가감정은 괴로움을 동반한다. 어떠한 하나를 선택하기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상황에 이르러 지나친 에너지 쏠림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정반대의 감정이 동시에 생겨나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안되며 하루빨리 한쪽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만든다.
그 사람이 좋지만 싫기도 해요
결혼하고 싶지만 하기가 두려워요
이해가 되지만 용서하기는 싫어요
어떤 대상에게 일어나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감정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해요'
'그런 마음이 들어도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양가감정의 끝장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래야 마음이 홀가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가감정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우니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좋겠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 상처가 문제가 아니다. 당신 스스로 그 감정과 상처를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것, 없던 일로 하고 싶은 마음, 감춰버리려 하는 행위 등이 더욱 문제의 골을 깊게 판다.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양가감정이 일어나는 이유는 감정표현의 억압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어린 유아가 어머니(주 양육자)의 돌봄을 받으면서 혼란된 정서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결혼생활에 만족도 없는데 내가 왜 결혼해서 애는 낳았을까?'라는 마음으로 자녀를 양육했을 때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어머니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혼란스러움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유아가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과정에서 수용적이고 허용적인 태도의 부모를 경험했다면 양가감정의 기저 원인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지시적이고 경직된 태도의 양육을 받았을 때에는 문제가 달라진다.
양가감정은 개인의 감정표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심리 내적인 갈등을 부추긴다. 극심한 내적 갈등은 올바른 선택에 걸림돌이 되고 제대로 된 판단력을 저해하며 과잉행동을 조장한다.
그 누구도 양가감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안일하게 방치한다면 마음의 골은 깊어질 것이고 해결되지 않는 찜찜한 정서는 미해결 과제로 남아 머리를 무겁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치유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게 일어나는 양가감정이 어떤 이유로 생겨났고 그 감정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균형감 있게 바라볼 수 있을 때 치유는 시작된다.
'그래 그때 정말 참기 힘들었지?'
'지금도 엄마가 밉지?'
'그래 지금 그런 맘 당연해. 그럴 수 있어'
좀 더 실천적인 요소를 제안한다면 자신의 직관력, 판단력을 존중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선택하고 지나친 고민보다는 결단력 있는 태도를 지향하는 것이 좋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배려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야 한다. 상대방에게 위협적인 태도가 아니라 그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내보인다는 자세면 좋다.
오랫동안 양가감정의 혼란 속에 홀로 싸움을 견뎌야 했던 사람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르게 가져보도록 하자. 너무나 미워하는 가족이 있었고 그러나 외면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애썼다.
수고했다.
잘 해냈다.
그 무엇이든 좋다. 당신에게 해줄 말은 당신이 가장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