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형성(방어기제) '나를 좀 사랑해 주세요'

반동 형성(反動形成, Reaction formation)

by 한꽂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한 사람은 모든 사람들에게 착한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랑받고 있어야 살아갈 힘이 있고, 삶의 의미를 느끼는 사람이기에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는지의 여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는 누구에게든 사랑받고 싶어'


라는 욕구는 그저 상대방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만 촉각이 곤두서 있다. 결국 그 사람의 진정성 따위는 가리지 않게 되어 스스로 상처받는 길로 걸어 들어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지각 능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랑받아야 한다는 지나친 욕구가 자신의 대인관계 취향을 무디게 만들 뿐이다.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내 이상형이거나 호감을 주는 사람이었을 경우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행위는 매우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지만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드는데도 불구하고 고분고분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마음이 불안해지고 거부하는 마음을 억압해야 하기 때문에 찝찝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과의 만남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일어난다면 상대방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안지만 좋아하는 척하는 자신의 태도가 원인일 수 있다. 단순히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싫어도 좋은 척하는 태도가 해당된다.


남에게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순종적인 자세를 취한다. 이러한 행동을 심리학에서는 '반동 형성'이라고 한다.


반동 형성(反動形成, Reaction formation)은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나 언행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욕구나 감정과는 반대되는 방어기제이다. 반동 형성은 무의식에 흐르는 사고, 욕구, 충동 등이 부도덕하거나 받아들이기 두려울 때, 정 반대의 선택을 함으로써 무의식적인 흐름이 의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미워함 대신 사랑을, 폭력성 대신 친절함을, 난잡한 성생활 대신 도덕성을 강조하게 되는데 이 또한 반동 형성으로 볼 수 있다.


초등학생 때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오히려 짓궂은 장난을 하며 괴롭히는 것과 같다. 실제로는 좋아하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정반대의 행동이 나타나게 되어 상대방이 오해하는 경우이다.


30대 중반의 여성 A 씨는 아주 오랜만에 남자를 소개받았다. 워커홀릭에 빠져 한동안 연애에 담을 쌓고 살았던 그녀이기에 이번에는 원하는 이성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남자를 만나고 대화를 하면서 점점 그 남자에 대한 호감이 생기고 '이번에는 이 남자와 잘해봐야지'라는 각오까지 생겼다고 한다. 남자와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산책을 하는데 상대방 남자도 A 씨가 좋았던 모양인지 손을 잡으려 했다. A 씨는 내심 기뻤으나 그 기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던 차에 손을 뿌리치고 말았다. 상대방 남자는 '내가 싫으냐'라고 물었고 A는 당황한 나머지 '나는 쉬운 여자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말았다. 둘의 관계는 급격히 어색해졌고 남자는 그 후로 연락을 받지 않았다. 좋아하는 마음을 들킬까 봐 오히려 반대의 행동을 해버린 것이다.


40대 초반의 K 씨는 자녀를 둔 남자와 재혼을 했다. 전부 인의 자녀를 향한 무의식은 '키우기 싫다'라는 마음이었고 너무 미웠지만 겉으로는 그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새엄마처럼 친절한 돌봄 행동을 한다. 이런 경우도 반동 형성에 해당한다.


상대방이 싫은데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친절함을 행사하는 경우, 오히려 관계를 헤치는 경우가 있다. 강박적으로 과장된 표현을 하게 된 자신을 돌아보며 왠지 모를 불쾌감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상대방에게 하고 있다면 한 번쯤 '상대방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과 나눈 느낌, 대화 등을 떠올려 보면 자신의 표현이 진심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불쾌하거나 찜찜한 기분을 남기는 대상과의 관계는 반동 형성이라는 방어기제를 부추기기 때문에 진실된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안정감은 자기 자신만의 세계가 확보될 때 가능하다. 반동 형성이 일어나는 대상과 함께 있을 때 자기만의 세상은 위협받는다. 하기 싫은 데 해야 하기 때문에 억지스럽고 가식적이 되어 자기 세상을 상실한다. 자신의 속마음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간격이 심할수록 불안감 또한 깊어진다.


본심을 들킬 것만 같은 마음은 위협적이고 상처받기 쉽다.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다른 감정으로 잠시 위장하는 것이다. 본래의 마음은 반동 형성을 하는 모습의 틈새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의식적인 행동과 감정 속에 부자연스럽거나 과한 거짓된 태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은 그 모습을 간파하는데 오히려 자신은 모를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방어기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든 것들을 '흑백논리'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좋은 것, 나쁜 것', '옳은 것, 옳지 않은 것' 등으로 구분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에서는 부정적인 것들을 모두 숨기고 싶은 본능이 작동한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다양한 컬러를 띌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흑백논리적 잣대로 판가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 이상의 방어기제는 불필요하게 된다.


감정적인 성숙이 완성되기 전의 유아기적 수준에서는 반동 형성이 자연스럽다. 이성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고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이라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감정의 세계가 다채롭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성숙함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을 수용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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