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을 묻지 마세요
'엄마는 단점이 뭐야?'
어제 딸아이가 대화 도중에 기습 질문을 던졌다. 순간 3초 동안 멍한 상태가 되었다. 내 단점이라..... 단점을 생각해야 하는 순간 '단점이 장점인데 이걸 어떻게 구분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있다. 내가 이렇게 '단점이 장점으로 되는 발상'은 수년 동안의 상담 공부를 통한 소중한 보물 같은 경험이다. '상담 공부를 시작하는 자, 삼대가 가난해진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상담사가 되기 위한 과정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가기에 웃지 못할 말이 도는 듯 하지만 그러함에도 늘 감사하는 이유는 이런 보석들이 하나 둘 얻어가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 보물 하나를 풀 테니 당신도 나와 같이 보석을 공유하길 바란다.
'저의 ~~~ 부분이 단점이에요. 이걸 고치고 싶은데 잘 안돼요.'
단점으로 인해 인간관계를 힘들어하고 스스로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경우이다. 위와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아 저 사람의 장점이 저거였구나'
'저걸 어떻게 하면 빛나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반짝였던 옥구슬에 먼지가 가득 쌓여 자신이 보석이란 걸 전혀 모른 채 안타까워하는 상황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조금씩 먼지를 털어내는 작업이 진행된다. 두껍게 쌓인 부분보다는 좀 더 얇게 쌓인 부분을 먼저 공략한다. 가볍게 쌓인 먼지를 먼저 털어 내다 보면 그 부분에 작게나마 반짝이는 뭔가가 보이게 마련이다. 그때가 되면 이제 나는 안심을 한다. '드디어 빛이 보이는구나'
이 빛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만 하게 되면 단점 타령은 현저히 줄어든다. 자신에게도 좋은 것이 있다는 사실은 나름 어깨뽕을 올려주는 것처럼 신나는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굳이 내게 단점을 묻는 딸에게 나는 무엇이라고 말을 했을까? 약간의 버퍼링 걸린 말투로
엄마: '엄마 단점? 없는데 어쩌나......'
딸: <울 엄마가 왜 저러실까?라는 생각 때문인지 표정이 일그러진다.> '단점이 뭐냐고'
딸은 나와 대화를 몇 차례 주고받으면서 내가 대답한 핵심을 이해하고는 얼굴이 펴졌다. 더 이상 잘난 척하는 엄마가 아니라 아님을 인정해주었다고 해야 할까? 다행이다. 나의 단점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식적으로 단점을 나열해 보겠다.
생각이 없다
눈치가 없다
단순하다
강박스럽다
지나친 책임감으로 자신을 괴롭힌다
이렇게 나열한 내 단점이 어떻게 장점이 될까? 먼저 '생각이 없다'라는 부분을 통해 실행력이 증가한다. 너무 많은 고민을 하다 보면 결국 행동이 더딜 수밖에 없다. 또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생각하느라 에너지가 이미 소진이 바닥나기 때문에 행동으로 귀결되기가 어려워진다. '눈치가 없다'라는 부분은 눈치가 없다 보니 주변 상황에 대해 쓸데없이 예민하지 않아서 좋다. 나로 인해 답답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눈치 많다가 내가 힘들어진다면 오히려 주변관계가 자연스럽지 못할 것이다. '단순하다'라는 부분은 생각이 없다는 부분과 연결이 되는 부분이다. 단순하다 보니 여러 가지를 끌고 행동으로 하려 하지 않고 하나만 가지고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결과물은 여러 개가 되지는 않더라도 하나하나 결과물이 순차적으로 쌓이는 경험을 하고 있다. 한꺼번에 두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가다가 삶이 고달파지는 예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오히려 나의 단순함이 나에게는 더 맞는 듯하다.
'강박스럽다'라는 표현은 누누이 말하지만 다른 상담사 동기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후하게 표현해줄 때에는 '한다면 하는 사람'으로 표현해주다가도 한번 쏴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강박스럽다'라고 하며 나에게 여유로움을 선사해주고 싶은 마음을 전한다. '지나친 책임감'의 경우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어릴 적부터 봐온 엄마의 모습에서 이 부분이 내게 입혀진 듯하다. 과거에는 과한 책임감이 나를 짓눌렀지만 현재는 그 책임감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편이다. 내가 질 수 없는 짐은 내려놓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이다. 장점은 곧 단점이고, 단점은 곧 장점이다. 그러니 단점을 구태여 물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장점을 열심히 닦아 보석으로 빛나게 하기에도 버거운 삶이다. 내게 있는 좋은 것을 드러내기에도 바쁜 삶이다. 내게 있는 부정성을 보며 기운을 빼지 말자. 내게 있는 긍정성은 얼마든지 차고 넘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담사례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 보고서의 필수요소가 '내담자의 강점 적기'이다.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가져온 내담자이지만 상담자 입장에서는 내담자의 장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장점을 찾아야 하는 일은 그 장점을 통해 내담자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단초 물이 되기 때문이다.
심리검사 중에 강점 검사가 있다. 성격의 강점을 알면 희망찬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검사로 인정받는다. 강점을 통해 직장생활, 대인관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의 문제가 아닌 내가 가진 강(장)점으로 '내 모습으로 충분히 빛날 기회'를 찾아 당당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