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마음자리 03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어느 날 갑자기 그 일이 일어났다.

by 한꽂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外傷後 - 障礙,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는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장애 중 하나이다. 7세 이상의 아동, 청소년, 성인에게만 적용되는데 직접 트라우마 사건을 겪은 것과 다른 사람이 트라우마 사건을 겪는 것을 간접적으로 목격한 경우도 포함된다. 신체적인 손상, 생명에 대한 불안 등에 있어서 정신적인 충격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심리적 외상을 겪었다고 말한다.


주로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법한 사건(천재지변, 화재, 여러 가지 사고, 전쟁, 신체적・정서적 폭력 등) 등을 겪은 후에 발생하는데 즉각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수일, 수주, 수년이 지나고 나타날 수도 있다.


6개월 전, 20세 S양은 면허증을 최근에 취득한 친구와 함께 드라이브에 나섰다. 한적한 시외 도로였고 조심성 있게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삼거리 커브길에서 속도를 내고 달려오는 덤프트럭과 측면으로 부딪히는 사고를 경험했다. 사고 후 차량은 폐차가 되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고 수습이 원만히 진행된 것처럼 보였다. 사고 당시 신체적으로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별일 없이 지나쳤지만 1개월 후부터 S양은 차를 탈 때마다 불안하고 심장이 뛰는 경험을 했다. 그 이후로도 그녀는 차를 타지 못했고 절대 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지하철만 이동수단으로 고집하며 지내고 있다.


1년 전 고등학생 A양은 엄마의 죽음을 경험했다. 학교에 다녀와서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엄마는 몸을 잔뜩 웅크린 자세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암투병 중이기는 했지만 치료도 잘 받고 있었고 치료 경과도 좋아서 이렇게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실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침에 등교할 때까지만 해도 엄마와 A양은 가볍게 등교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었다. A양에게 찾아온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충격 그 자체였기에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 이상 집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두려움이 있었고 자신이 엄마 곁을 지켜주지 못했고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오랫동안 A양의 마음을 힘들게 했다.


갑자기 찾아오는 사건과 상황에 대한 경험은 한 사람의 일상 기능을 마비시킨다. 이 상황이 과연 현실인가? 에 대한 의문이 들게 만들고 사건의 대한 기억은 자꾸만 다시 떠오른다. 꿈속에서, 비슷한 상황에 노출되면, 외상적 경험과 연결된 사람들을 만날 때 고통스럽게 나타난다. 이러한 고통을 피하기 위해 사람을 피하고, 상황을 피하고 감정을 둔화시키며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이러한 경험을 한 사람에 주위에 있다면 섣부른 충고와 위로는 조심해야 한다. 경험한 당사자가 느끼는 고통과 불안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심리, 신체적 고통을 전적으로 공감하고 격려해주며 자신의 외상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면 좋다. PTSD는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발생하기 때문에


'그게 언제 적 이야기인데 지금 그래'


라고 말하는 건 위험하다. 외상 후유증은 1개월 후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30년이 지난 다음에야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약이다'의 개념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70% 정도는 더 심해지거나 호전되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


회복은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항상 진행형이기 때문에 갑자기 고통이 사라지거나 잊어버리게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조급함을 내려놓고 천천히 회복의 과정에 머물러야 한다. PTSD를 치유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인지치료에서는 사고의 결과에 있어서 죄책감을 다루는 치료법이다. 사건이 생긴 이유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재조명시켜주는 방법이다. 노출 치료에서는 사고에 대한 기억의 공포를 줄이는 기법인에 외상 경험으로 생긴 고통은 학습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말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말이 있듯이 논리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은 개인의 고통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압도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외상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면 먼저 그가 자신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자. 또한 '네가 이야기를 한다면 나는 언제든 들어줄 수 있어'라는 대화의 안전 기지를 제공해주도록 하자. 외상 경험을 이야기를 하다가도 이야기를 회피하고 싶어 한다면 잠시 여유를 갖고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허락해주는 것도 좋다. '시간도 오래된 얘긴데 이제 좀 그만 좀 하자'라는 태도는 당사자가 외롭게 자신의 고통을 감당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선호하는 방법은 수용 전념 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적 접근이다.


'그 일(사건)이 일어난 자신을 허락하라'


이다. 자신에게 그러한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살을 에이는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


'어떻게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어'

'그 일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 거야'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은 과거로 갈수만 있으면 모든 걸 다할 수 있어'


라는 마음은 그 고통 속에 자신을 가두고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세상이 그런 것임을... 인생이 그런 것임을.... 받아들였으면 한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내 예측대로 되지 않는 세상을 받아들여보자.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하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이구나'라는 사실을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여보면 어떨까?


나를 회복해 나간다는 것은 내게 일어난 이 경험을 있는 그대로 '기꺼히 경험하리라'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내가 하는 경험은 늘 좋을 수만은 없으며 그 안에는 부정적인 경험과 느낌도 공존함을 허락해야 한다. 이를 허락하지 않으면 할수록 자신이 원하는 삶에 집중할 수 없다. 부정적인 경험과 정서를 있는 그대로 경험함이야말로 새로운 나의 삶을 허락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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