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케익

by 고래 아저씨

살아가며 매일 예기치 못한 사건의 파편들과 마주하며 산다. 어떤 날은 계획대로 흘러가지만 어떤 날은 길가에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 듯 어처구니 없이 무너지곤 한다. 나이를 들면 삶은 결국 크고 작은 사건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연속적인 무대이고 그 무대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했는지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그 선택을 한 것이 나의 주관인지라 왠만한 것들은 이제 받아 들인다. 그것들 또한 내 삶의 일부라고 받아들인다. 그 사건 자체가 객관적으로 어떠한지는 사실 두 번째 문제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이 나의 내면을 어떤 온도로 통과해 지나가는가에 있다. 작은 일부터 큰 일들까지 말이다.


접시 위에 당근케이크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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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만족은 상황이 완벽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태도가 유연할 때 찾아온다. 굳어 있는 마음은 작은 충격에도 유리잔처럼 쉽게 금이 가고 산산조각 난다. 반면 유연한 마음은 충격을 흡수하고 다시 제 모양으로 돌아오는 탄성을 지닌다. 오늘 나에게 닥친 그 번거로운 소동들을 귀여운 악동의 장난 정도로 여겨보면 어떨까 싶다.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마주치는 모든 돌멩이는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으며 그 선택은 대개 무료로 제공된다. 짜증을 낼지 웃어넘길지 결정하는 데에는 단 1원도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비용이 들지 않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는 바로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관점의 변화다. 퇴근길 번잡함을 사람 사는 활기로 치환하는 능력이 진짜 인생의 실력이다.

상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태도는 온전히 우리의 영역 안에 있다. 이 영역 침범을 허용하지 않는 단호함이 내면의 깊은 평화를 가져다준다. 오늘 그리고 내일 마주할 수많은 무대 장치들 속에서 나만의 근사한 배역을 골라잡는 것은 온전히 나희 선택이다. 유연함이 상황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 수 있음을 굳게 믿는다. 인생은 여전히 살만하며 생각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오늘 당근 케이크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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