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나는 성당을 걸었다

8. 무슨 의미가 있나 - 서울 사당동 성당

by 작약

어젯밤 글을 쓰면서 맥이 풀리기 시작했다. 맨날 혼자 끄적끄적 맨땅에 헤딩하는 이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나. 열심히 쓰긴 하면서도 한 번 의미 없다는 늪에 빠져버리면 한동안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 그래,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 그럼에도 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치유하고 정신을 차려야 해.



쌀쌀한 날이었지만 지도앱을 켜고 부지런한 걸음으로 성당을 찾았다. 동네의 작은 성당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반원형의 스테인드글라스부터 눈에 들어왔다. 첫눈에 보기에도 장중하고 위엄 있는 글라스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초등학교 교리책에 나올 것만 같은 밝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도 있는가 보다. 간단한 기도를 드렸지만 그렇게 집중은 되지 않았다.

아주머니 한 분이 매우 열심히 기도하고 계셨는데 사진을 찍으면 방해가 될까 조심스러웠다. 마침내 기도가 끝나신 것 같아서 내가 앞쪽으로 가까이 가서 성전 사진을 찍으려는데 아주머니는 한껏 기지개를 켜시더니 다시 처음부터 묵주 기도에 돌입하셨다.



나의 자세는 어정쩡해졌고 성전 안에 가만있어도 말씀이 떠오르지 않았다. ‘말씀을 안 주시는 때도 있나 보지.’ 기도도 집중이 안 됐고 어젯밤 내가 붙들고 있는 일에 또 회의가 든지라 마지막 인사만 꾸벅하고 나왔다. 나오다가 갑자기 아까 스친 벽에 붙은 안내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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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이건가…? 오늘 주시는 말씀은? 내 노력이 아무 의미가 없진 않을 거란 것. 온 세상을 향해 복음을 알리는 것이 신자의 의무이니 언젠가 쓰일 날이 오긴 올 것이라는 말씀? 세상에 하느님 뜻을 전하기 위해서 나의 사명이 주어지는 거라는…?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이라면 사실 할 말은 없지만 어제 길게 느낀 회의에 대한 답이 된 것 같았다. 이렇게도 알려주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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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속의 성모님은 고운 모습으로 각각의 요동치는 마음들을 위해 두 손을 모으고 계셨다.

‘성모님, 저희를 위해 함께 기도해 주세요.’


좀 멋있는 기도였으면 좋겠지만 어떻게 수십 년이 지나도 나는 이리 꾸준히 초심을 유지하는지…. 그래도 하느님은 마음의 중심을 보신다 하셨으니 있는 그대로 나의 어리석음을 내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