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멜로가 체질’

성숙과 지혜

by 조지조


뻔한 드라마는 식상하고 시시하다.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과 극본을 한 뻔하지 않은 웰메이드 드라마가 있다.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로 유명한 시청률이 저조했지만 다시 봐도 휴가철 습하고 답답한 감성과 기분을 시원하고 경쾌하게 만드는 B급 수다 블록버스터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다.




2019년 JTBC에서 방영했던 '멜로가 체질'에는 재밌고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범수(안재홍)와 진주(천우희)는 같은 드라마의 PD이며 작가이다. 둘은 얼마 되지 않은 연인이다. 늘 그렇듯 초창기 연애의 작은 다툼이 시작된다. 서로 작품을 만들며 예민해져 있는 시기 범수를 보고 싶어 찾아온 진주에게 범수가 말실수를 한다.


남자: 바쁜 거 알면서 왜 항상 이런 식으로 기분 상해해요?

여자 : 항상요? 전 그런 적 없는데, 내가 감독님 전 여자 친구한테 바통 이어받은 건가요?

남자 : 내 실수예요, 미안해요..

여자 : 난 내 출발선에서 시작했어요..


진주는 마음이 상해 범수와 멀어진다. 범수는 사과하면서 천천히 쫓아간다.


이 드라마의 묘미는 반전의 대사이다.


싸워 앞서 혼자 걷던 진주는 속으로 혼자 생각한다.


‘인간이 실수를 하는 동물이라면, 연애는 연애를 많이 해본 사람이랑 하면 되겠지. 하긴 많이 해본 놈은 왜 많이 했을까? 에이~변수에 지지말자. 니놈은 나쁜 것보다 좋은 게 더 많은 놈이다.’


미안한 마음에 천천히 뒤 따라오는 범수에게 진주는 이야기한다.


여자 : “부지런히 안 따라와!!" 나에게 오라!


남자 : 네??

여자 : 왜 뒤처지냐고. 지금!

남자 : 이렇게 멀어지다가 오늘은 헤어지고 밤새 후회하고 내일 또 사과하고 그런 흐름 아니었어요?

이 아름다운 용서의 대사에 범수는 귀엽게 팔짱으로 응수하고 대사 한다.

남자 : “뭐지? 죽을고비에서 노력하지 않고 살아난 기분이야." (이 부분 작가가 미쳤다ㅋㅋ)





뻔한 연애의 진부한 다툼/후회/사과/재회 과정을 한마디 말의 너그러운 용서로 타파하고 센스 있게 남자를 당길 줄 아는 진주(천우희)는 지혜롭고 주도적이다.


이십 대 연애처럼 사소한 다툼으로 우리의 소중한 인연을 며칠 몇 주 낭비할 아마추어가 우리는 아니다라고 단순한 문장으로 현명하게 소리친다. ("부지런히 안 따라와!!)



굳이 어려운 연애는 필요 없다.

진짜 둘이 좋아한다면 둘이 밀당도 필요 없다.

새로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힘든데 역경까지 더 할 필요도 없다.

인생은 이미 쉽지 않고, 진짜 사랑이라면 고달픔과 애태움까지 더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냥 서로 따뜻하게 해 주면 된다.



그 ⁠사람이 진짜 당신에게 오는 거라면..

그 소중한 사람과 우리의 아름다운 인생을 사소한 감정싸움 같은 것으로 시간낭비 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이미 인생의 많은 경험과 수없는 감정의 파고를 통해 충분히 성숙하고 지혜롭다.


George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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