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
리얼리즘 영화를 좋아한다.
세상에 있을법한 이야기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최근 본 영화중 가장 화려하지 않은 압도적 결말의 영화.
다르덴 형제 감독의 ‘자전거 탄 소년’
몇년 전 새로운 결의 재미를 느낀 마리앙 꼬따아르 주연의 ‘내일을 위한 시간’이란 영화의 감독도 우연히 다르덴 형제였다.
영화의 결말은 엄청난 반전이 있거나 거창하지 않지만, 비루한 인간을 이해하고 주인공 소년 시릴의 삶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된다.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은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인정과 사랑을 갈망하는 한 소년의 여정을 담담히 그려낸 작품이다.
시릴은 아버지에게 버림받고도 끝내 아버지를 찾아 헤매며, 존재의 확인을 구합니다. 이는 인간이 타인의 인정 속에서만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는 사르트르적 관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시릴이 진정으로 안식을 얻는 순간은 아버지가 아니라 사만다의 품 안에서이다.
사만다는 병원에서 우연히 시릴을 우연히 만난다. 시릴이 사만다를 꽉 안는 장면에서 사만다는 시릴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시릴이 꽉 안을때 온기와 심장의 소리, 체온등을 느꼈을 것이다. 생판 일면식도 없는 심장이 요동치고 뜨거운 몸의 11살 아이가 꽉 껴안는 느낌은 뭘까?
무표정의 사만다는 단 한마디를 시릴에게 던진다.
“ 좀 살살 안아줄래?”
사만다는 이유 없이 시릴을 받아들인다. 마치 자신이 해야되는 일처럼, 담담하게, 시릴에게 질투를 느끼는 남친이 묻는다.
“나야? 시릴이야?”
망설임없이 그녀는 대답한다.
“시릴.”
모르겠다. 그녀의 마음을..
조건없이 아이를 같이 품을 바다같은 넓은 마음을 애인에게 원했는지..뭔지..
영화는 굳이 사만다의 과거나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담담하게 카메라로 그들의 일상을 담는다.
조건 없는 사랑은 완벽히 가능하지 않을지라도, 순간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행복보다 앞세우는 행위가 우리 공동체를 지탱한다.
결국 시릴은 아버지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사만다의 따뜻한 돌봄 속에서 세상을 받아들일 힘을 얻는다.
다르덴 형제는 감정적 음악이나 과장된 장치를 배제한 리얼리즘적 카메라 워크로 관객에게 도덕적 응시를 요구한다.
영화에 몰입하다보면 내가 영화속으로 들어가 옆에서 관찰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져 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음을 인정하는 순간 이름 모를 고통에 자해를 하는 시릴을 사만다가 같이 아파하며 다시 꽉 안아주는 장면에서 베토벤의 클래식이 삽입되는 순간조차 절제된 화면과 맞물려 인간 존재의 상처와 존엄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며 묘한 감정의 울림을 관객은 느낀다.
서두에 얘기했던 마지막 장면은 우리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시릴은 앞으로도 상처를 안고 살아가겠지만, 사만다의 돌봄을 통해 성장하며 세상을 받아들일 것이다.
영화는 마지막에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이 건강한 신체와 정신으로 사회라는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켜주는 일은 누구의 책임인가?
그것은 부모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체적 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 탄 소년은 한 소년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 사회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품고 이끌어야 하는지를 묻는 윤리적 선언이자 감동적인 메시지이다.
힘들고 차가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이에게,
따뜻한 손길과 온기는
빛나는 삶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George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