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락의 해부‘ 비평

해부되지 않는 진실들

by 조지조




영화 추락의 해부는 어쩌면 해부되지 않는 진실들 일수도 있고,

부부 감정의 해부, 관계의 해부, 또는 99명의 가면을 쓴 진실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 일수도 있다.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

유일한 목격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과 안내견뿐.

단순한 사고였을까? 아니면 우발적 자살 혹은 의도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해부해 가는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추락의 해부’는 깊이 사유할 지점들이 상당하다.


가장 사적인 부부의 순간이 공적인 증거로 바뀌는 순간, 관객도 극 중 아들 다니엘도 혼란이 가중된다.

이 영화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될 부분은 사건의 추리 및 진실 보다 그 사건에 배경이 되는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개인적 사유라고 생각한다.




난 언어의 변환과, 아들 다니엘의 증언 두 가지에 대한 생각에 몰입했다.

독일인 아내, 프랑스인 남편인 부부는 모두 작가이다.

그들의 소통의 언어는 독일어도 아닌 프랑스어도 아닌 영어이다.

언어, 특히 모국어는 깊고 농밀한 대화와 소통의 가장 섬세한 칼이다.

정교하게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감정을 전달하는 데는 최고의 도구이다.

가끔 무딘 칼이 더 요리할 때 손을 더 다치해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잘 썰리지 않으니 필요치 않은 힘이 더 들어가고 그러면서 과한 힘으로 의도되지 않은 방향으로 재료에 힘을 가하게 되어 결국 상처를 만든다.

서로 무딘 칼로 소통하던 두 부부의 대화의 소통에 점점 더 균열이 생겨나 서로에게 상처를 안기는 수많은 대화들이 그들에게 비극을 안겼다.


비극의 희생량인 아들 다니엘의 마지막 법정 최후진술은 인간의 본성의 나약한 부분을 상기시킨다.

판사와 배심원의 무죄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다니엘의 진술은 회상씬에서 죽은 아빠의 음성이 아닌 다니엘의 음성으로 전해지며 날카롭고 섬세한 관객은 그것이 생존본능의 본성이 발휘된 다니엘의 상상일 수 있다는 의심도 만든다.




추락을 해부하다 보면 과정을 분석하고, 원인을 불충분한 증거로 각자의 가면으로 편향적으로 믿어버리고 자신에게도 속게 된다.

인간 인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산드라는 남편을 죽였을 수도 있고, 안 죽였을 수도 있다.

자살이든 타살이든 진실이 영화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에밀 뒤르켐은 자신의 저서 ‘자살론’에서 말했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라고.

그리고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남았다.


남편은 죽었고,


아들은 엄마를 살렸지만,


아빠를 잃었다.


George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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