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4교시 독서대학

by 된다 맘

워킹맘에게 "시간은 금이다'라는 상투적인 말로는 시간의 소중함을 온전히 표현할 수가 없다. 그나마 나는 많은 워킹맘들과 달리 회사에 얽매여 있지 않고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어서 약간은 시간이 유동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한다.





공부방의 특성상,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오면 오후가 되니, 그전까지는 나름 내 시간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나만의 루틴을 나는 스스로 독서 대학이라고 부른다. 수강생은 유일하게 나 혼자다.





1교시는 남들이 다 잠들어 있는 새벽에 시작이 된다. 하루 중 어두컴컴하고 고요한 새벽 시간이 가장 집중이 잘 된다. 소위 '미라클 모닝'이라고 하는데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수업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피로가 쌓이면 하루, 이틀 정도는 늦잠을 잔다. 연이어 늦잠을 자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지만 아이들이 방학을 하고 나면 다시 큰 고비가 온다.



1교시는 내가 일어난 새벽 시간부터 첫째가 일어날 때까지다. 가장 짧은 시간이면서 나에게는 가장 비싼 시간이다. 문자 메시지를 포함한 아무런 알람 소리도 없는 고요한 이 시간이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첫째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둘째가 일어날 때까지 나만의 2교시가 시작된다. 이 시간 역시나 짧지만 아직은 아침 시간이기에 10분이 될지, 30분이 될지 모르지만 최대한 집중적으로 책을 읽는다. 설거지도 하지 않는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집안일에 조금 소홀해질 필요가 있다.





둘째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의 3교시가 시작된다. 3교시는 나의 독서 대학 시간 중에서 가장 긴 덩어리 시간이다. 둘째를 데리러 가는 하교 시간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3교시에는 점심시간도 있고, 출근 준비도 해야 해서 1교시, 2교시와는 달리 독서에만 집중하기가 힘들다. 이메일 확인과 수업 자료 준비 등으로 멀티태스킹을 해야 하니, 집중력이 분산된다.





이미 오후 시간이 되고 나면 종종 나는 '살아 있는 책'

'산~ 책'을 한다. 오후에는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져서 오전에 읽었던 책을 동네 산책으로 한 번 더 곱씹어 본다. 생각을 더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워킹맘에게 덩어리 시간은 거의 확보가 불가능할 정도로 고급 진 시간이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학부모 모임이나 동네 아줌마 모임에는 전혀 참석하지 않는다. 16년 동안이나 이 원칙을 고집해 왔다.





한두 번 모임에 참석했더니, 3~4시간은 그냥 날려야 한다. 커피도 한 잔 마셔야 하니 돈도 함께 날아간다. 돈으로도 살 수 없던 내 시간을 돈도 날리고 시간까지 날리면서 앉아있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커피값과 시간 값을 만회하고도 남을 만한 가치의 고급 정보가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너무나 비생산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는 단호하게 모든 모임과 만남을 차단했다.





수업 준비를 끝내고 나면 아이들이 올 때까지 약 30분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다. 나의 독서 대학 마지막 교시인 4교시이다.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딸랑' 하는 벨 소리가 들리는 그 순간까지 이어진다. 마지막 골든 타임이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다. 처음에는 내가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나를 만든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이 없다면 책을 읽는 건 힘들다. 어쩌면 불가능해 보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동네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이야기하면 시간을 보낼 때 나는 독서 대학에서 시간을 보낸다. 가끔은 '외로운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습관은 복리로 작용한다.





그렇게 꾸준히 독서 대학에 다니다 보니 어느새 동네 아줌마가 협찬을 받아서 서평까지 쓰는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었다. 누군가는 왜 이렇게까지 책을 읽어야 하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그 시간에 책을 읽지 않으면 뭘 할 건가요?"​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진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정작 책 읽을 시간은 없다고 하면서 친구 만나서 커피 마실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고 기록해 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시간은 흘러간다. 책을 읽어도 시간은 흘러가고 책을 읽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간다. 하지만 시간은 누적되어서 복리로 작용한다.




커피 마시며 보낸 시간이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그 당시는 행복할 수 있겠으나 3년 후, 5년 후에는 달라진다. 여전히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반면 책을 읽으면서 보낸 3년과 5년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나는 3년 전과 다르고, 5년 전과는 더 다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는데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것이 시간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고민할 필요가 있는가?​

자발적인 독서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도 기분 좋게 독서를 시작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서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장에서도 언급했듯이, 다들 힘든 상황에서 벼랑 끝에 몰려 절박함에 책을 읽기 시작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독서를 시작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반증 아닐까?

그러나 누구나 책을 읽을 수는 있다. 다만 그런 절박한 시발점이 없을 뿐이다.





자, 한 달에 한 권 책을 다 읽으면 천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보자. 읽을 건가? 포기할 것인가?

없던 시간이 갑자기 생겨나지 않을까?

그러니 누구나 책을 읽을 수는 있다는 말이다. ​





지금 당장 급하지 않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읽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 기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자기 계발에는 끝이 없고 성장하는 과정만이 무한 반복된다. 책값만 있으면 고급 정보도 얻을 수 있고 결국 생산적인 일로 이어져 돈까지 벌 수 있는 독서 대학이 나는 정말 좋다.





전업맘도 좋고 워킹맘은 더 좋고 함께 독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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