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민이 있을 때 책은 어디를 펼쳐도 나한테 답을 준다니깐."
함께 독서 모임을 하던 언니가 모임 중에 이런 말을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까지 계속 책을 읽어오고 있는 이유도 결국 이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누군가가 왜 그렇게 많은 책을 읽는지 물어볼 때마다 나는 선뜻 그 답을 찾지 못했었다. 처음에는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독서가 한 해, 두해, 10년, 20년이 지나다 보니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독서가 습관이 되었다고 대답을 하곤 했다. 이 독서 습관이 마흔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유지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삶의 해답'이었다.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책에서 위로를 받았다.
'너 힘든 거 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참고 버텨봐라. 너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 다들 잘 버텨서 지금 잘 살고 있거든. 그러니 너도 할 수 있을 거다.'
책을 끝까지 다 읽어보기도 하고 여기까지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에는 잘할 수 있다고 다짐하면서 책을 덮기도 했다. 그냥 취미 삼아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고민이나 목적을 갖고 책을 읽으면 언제든지 나를 위한 1:1 맞춤 상담을 해준다.
결혼 적령기가 되어서 결혼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조건을 따져보고 부모님의 생각대로 기다려야 할지, 내가 사귀고 있던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했다.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마음이 괴로웠고 나는 김미경 작가의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를 읽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도 나는 이것저것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많았다. 책을 다 읽고 덮을 때쯤 확신이 섰으며 나는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래,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하자.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릴 게 아니라 내가 내 실력을 쌓자.
그리고 언제까지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 줄 수 있는 이 남자랑 결혼을 하자. 그렇게 나는 결혼을 결심하고 신랑을 닮은 딸 하나와 나를 닮은 아들 하나를 낳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박 터지게 살고 있다.
공부방을 시작할 때에도 대학원 입학을 결정할 때에도 나는 항상 책을 읽고 확신을 갖고 결정을 내렸다. 자유롭게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은데 막상 시작하려니 겁도 나고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섰다. 그때 읽은 책이 이민규 교수님의 <실행이 답이다>였다.
책 제목만으로도 이미 내 마음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때가 이미 서른이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우선 시작을 해보자고 결심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었다. 책을 읽어보면 대단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저자들이 힘든 과정을 견디면서 성공을 했으니 나도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된다. <웰씽킹>의 켈리 최 회장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도 할 수 있고, 그녀도 할 수 있다면, 나라고 왜 안돼?"
독서가 꾸준한 연료 공급이 되어 나의 열정을 태울 수 있었다. 작은 공부방이었지만 나에게는 '작은 경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것이 당시에 경영철학과 경영에 대한 기본서들을 읽었다.
이해는 안 되지만 그중에서 내가 반드시 지켜나가고 싶은 한두 문장씩을 염두에 두면서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나름 작은 공간에서 큰 교육을 했다. 10년을 훌쩍 넘기고 보니 자기 경영이 곧 공부방 경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를 바로 세우려 노력했고 그 태도가 공부방 운영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첫째를 임신하고 대학원을 가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덕분에 따로 태교를 하지 않았다. 15년 전만 해도 나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 자기 계발서에서는 대학원을 추천하는 책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도 그 흐름을 따라가고자 뒤늦게 대학원 입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배가 불룩해서 만삭이 될 때까지 휴학 없이 다녔고 교수님께서도 따로 태교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응원을 해 주셨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지만 뱃속의 아이를 위한 욕심으로 끝까지 휴학 없이 버티면서 다녔다.
낳기 직전까지 출석을 하고 기말고사까지 다 쳤으니 말이다. 배가 불러서 책상에 배가 닿아도 책을 읽고 과제를 마무리하곤 했다.
첫째가 성장하면서 공교육 시스템으로 들어가게 되자 다시 고민이 생겼다. 내가 학교에 다니면서 끝내 불만이었던 점이나 후회되었던 것들이 떠올라서 아이는 나와 다르게 키우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직접 홈스쿨링을 할 자신은 아예 없었다. 나도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인지해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답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찾아본 책이 이지성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였다. 읽으면서도 몇 번이나 뒤통수를 후려 맞는 느낌이 들었다. 독서 습관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아이 스스로 책을 읽는 습관까지는 이루어내지 못했다.
어디까지나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자 할 때까지 불안해하지 않고 기다렸다.
아이는 정말 행복해했고 동네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라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얘기해 줄 때마다 나는 내가 책을 읽고 흔들림 없이 아이를 믿고 기다려 준 보상을 톡톡히 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 스스로에게도 많은 칭찬을 해 주었다. 주위의 이런저런 엄마들의 정보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50점을 받아와도 나는 괜찮았고 5학년이 되어서야 구구단을 외워도 나는 괜찮았다. 엄마가 괜찮으면 아이도 괜찮다. 엄마가 불안하지 않으면 아이도 불안하지 않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스스로 '자신의 학업 성적이 괜찮지 않다.'라고 느끼는 때가 온다. 친구들과 달리 자신은 공부를 못해서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도 다니고 공부도 잘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자 몇 년 치 공부를 단 몇 달 만에 따라잡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