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줄곧 워킹맘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틈틈이 책상에 앉으려고 노력했다. 무엇이든 찔끔찔끔 주면 감칠맛이 나듯이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읽다 보니, 더 많이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전업 맘이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을 텐데 일을 해야 하니 읽고 싶은 책도 마음껏 읽지 못한다는 생각에 너무 속상했다.
이럴 때마다 전업맘들이 한없이 부러웠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하면 거의 하루 종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워킹맘들은 대부분 아침부터 서둘러서 일을 하러 간다. 그러면 하루 종일 직장에 얽매여 있어야 하니, 잠시 쉬는 틈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 이런 시간 활용 또한 쉽지는 않다.
일을 해서 책을 더 많이 읽지 못한다는 억울함에 사로잡혀 있을 때, 신랑이 옆에서 한마디 했다. 오히려 일을 하기 때문에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도대체 무슨 말이지? 놀리는 건가, 진심인가? 화가 나서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오후에 일을 하러 가니, 오전 시간을 잘 활용하면 전업 맘이랑 패턴이 비슷했던 거다. 바보같이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책에서 매사 긍정적으로 삶을 보라고 그만큼 얘기를 해 주는데 왜 정작 이때는 내가 활용을 못하고 있었을까. 그렇게 일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게 너무나 행운으로 여겨질 때쯤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내 생각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워킹맘이라서 오히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집중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하루 종일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한들, 과연 내가 매일 하루 종일 집중해서 책을 잘 읽어낼 수 있을까? 오히려 나태해지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천성이 게으르다고 매번 부모님께 타박을 받는데 말이다. 오후가 되면 무조건 일을 하러 나가야 하니, 덕분에 오전 시간을 나는 금이 아닌 다이아몬드처럼 쓰고 있다. 이 시간이 아니면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각오로 책을 읽기 때문이다.
정말 가치 있고 값비싸게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하루 24시간 중에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그 시간이 나한테는 턱없이 부족했다.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서 시작한 것이 미라클 모닝이었다.
새벽 시간은 미래 시간을 당겨 쓰는 것이라는 김미경 강사님의 말이 진심으로 와닿았다. 직업이 있어서 오히려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낭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니 힘들었던 일이 고맙게 느껴졌다. 마흔이 넘어서야 직업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직업이라는 것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1차적인 수단이 우선이긴 하지만 시간을 압축해서 더 고농도로 살 수 있게 해주는 2차적인 수단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똑같은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개인마다 결과가 천차만별인 것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마음가짐 때문이다. 그러니 워킹맘이라는 현재 상황은 같아도 미래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어보면 습관을 형성하는 데에는 ‘시간’보다는 ‘횟수’가 중요하다. 오늘 한두 시간 책을 읽고 몇 주 후, 몇 달 뒤에 읽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차라리 짧은 시간이라도 5분씩, 10분씩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틈틈이 자주 읽는 것이 습관 형성에 유리하다.
그러면 이 작고 잦은 반복으로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만들게 된다. 혹은 아예 다른 방법도 있다. 출근 전 30분 혹은 1시간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장착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 종일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만,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나는 새벽 일찍 책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확립될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몇 달을 반복하다 보면 바뀌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 어떻게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고 시도할 것이다.
습관을 바꾸는 게 목표가 아니라 습관을 바꾸게 되면 그 뒤에 따라오는 결과가 항상 기대된다. 나는 ‘책 읽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된 후에 다가올 변화들이 설레지 않는가? 여러분들이 변화를 넘어 어떻게 변신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전업맘은 워킹맘인 것처럼 시간을 활용하고 워킹맘은 하원하는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는 전투적인 자세를 갖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보면 어떨까?
일을 하다 보면 집중이 안 될 때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는 날도 종종 생긴다. 밖으로 잠시 나가서 산책을 할 시간이 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게 안되면 책을 펼쳐보는 것도 좋다. 얇은 책이나 긍정적인 글귀나 명언이 있는 책도 좋고 동기부여가 되는 책들도 참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 없이 우선은 몇 페이지 넘기면서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볼 수도 있다. 화가 나서 눈에 보이는 게 없는데 무슨 책이냐고 하겠지만 효과가 있다.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불안을 잠재워주고 분노를 가라앉게 해 준다.
분노는 독한 술과 같아서 내가 분노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가 나를 집어삼킨다고 했다. 분노가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 내가 먼저 책을 집어 들어야 한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속는 셈 치고 한 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