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여행

내려놓기 위한 여정

by 라온제나

엄마에게 여행은 단순히 집을 떠나 어딘가를 구경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잠시 멈추어 어지러운 생각을 가라앉히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삶을 다시 붙드는 엄마만의 방식이었다.


성실한 장사꾼으로 살아야 했던 엄마는 가끔 교회 수련회나 이웃들과의 친목 모임으로 여행을 떠났다. 사실 목적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가 본 곳이거나, 남들 눈에는 특별할 것 없는 장소여도 상관없었다. 집을 나서 길 위에 서는 순간, 엄마는 전혀 다른 얼굴이 되곤 했다.


“엄마, 저번에 갔던 데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렇게 좋아?”

철없던 내 물음에 엄마는 늘 같은 대답을 하셨다.

“봄에 보는 길이랑 가을에 걷는 길은 마음이 다르잖니.”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보고 싶었던 것이 새로운 풍경이 아니라, 같은 길을 다른 마음으로 걷는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 여행지에서 엄마는 장사의 걱정을 내려놓았고, 자식 걱정의 무게에서도 잠시 벗어났다.


특히 엄마는 자신을 찾는 사람이나 함께 가길 원하는 이들의 제안을 좀처럼 거절하지 않았다. 그 따스한 부름에 기꺼이 응하며 길 위에서 쌓은 추억들을 아낌없이 나누었다. 늘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자리와 시간을 내어주는 사람. 엄마는 그렇게 동행하는 이들과 함께 마음의 짐을 비워내고, 그 빈자리를 다시 서로의 온기로 채워왔던 것이다.


이제야 알겠다. 엄마의 여행은 짐을 싸서 떠나는 일이 아니라, 어깨 위에 얹힌 생활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매일 반복되던 생업의 고단함과 자식들을 향한 걱정까지, 그 모든 것을 잠시 집 대문 밖에 두고 오는 일이었음을 말이다.


가끔 여행을 떠나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이제는 자식 걱정도, 장삿일의 무게도 많이 덜어냈을 텐데 엄마는 아직도 내려놓을 것이 남아 있을까. 나는 그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삶이란 살아 있는 한, 크고 작은 마음의 짐이 계속 쌓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여행을 떠나는 엄마의 발걸음이 좋다.


그곳에서 잠시라도 삶이 가벼워지고,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삶을 통째로 바꿀 수는 없어도, 다시 내일을 살아낼 힘을 얻어 돌아올 수 있다면 그 여행은 이미 제 몫을 다한 것이다.


비우고 나서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엄마는 집을 나서는 그 조용한 발걸음으로 오늘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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