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학생의 허심탄회
친구들조차 '친일파'라며 장난으로 던지는 그 한마디가 아플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전에 말했듯 일본을 더 미워하는 유학생이 되려 했을지 모르겠다.
유학생이라는 대학시절이 끝나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내가 받는 장학금 제도는 졸업 후에 귀국 or 일본에 남기를 택할 수 있었다. 나는 뿌리 깊은 한국나무라며 조국으로 귀국하는 길을 택하였다. 사실 그 지긋한 일본문화에 질려버려서여서 가 가장 큰 이유였겠지.
그리고 한국에 취업 준비생, 취준생으로 등장하자마자 벌어진 일은 일본 반도체 부품 소재 수출 규제였다.
취업난 속 난항 그 자체였다. 기업들은 일본과의 무역을 꺼리게 되었고, 정부의 반일 정책으로 일본 관련 업무는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보던 한일 관계 악화 기사가 내 삶에 이렇게 깊숙이 들어오게 될 줄이야.
그리고 지금 양국의 관계는 파국이라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이제 여기 서울에서, 일본 회사의 지사에 일하고 있다. 기업에 들어오니 이런 정세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게 된다.
무엇보다, 요즘 일본 기업들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일본의 엔화라는 강력한 무기가 막아주긴 하지만 일본 경제는 이미 침체 속으로 가라앉았다. 기업들은 더 이상 발전하기를 귀찮음으로 여기며 내수시장 조차도 후퇴하고 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중엔 반대로 한국이 일본을 가르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근자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일본이 잘됐으면 좋겠다.
일본이 잘되면 우리도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위상을 높일 수 있고 선의의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일은 문화가 매우 닮아있고, 우수한 인재들이 많으며 위치적으로 함께하기 좋은 관계임이 틀림없다.
또한 이런 한일 관계가 나아지면, 나 같은 일본 유학생들의 위치도 조금은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나 같은 유학생이 이런 목소리를 내듯, 일본 친구들도 국내로 많은 유학을 와 비슷한 소리를 들려주면 참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트렌드는 중국어이던데 과연 이번엔 몇 년일까 궁금하다.
그러나 야생동물은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린 것이라 김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 나의 손으로 나의 또 다른 길을 만들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