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스크린도어와 우리의 스크린도어에 관한 이야기
아마, '일본'하면 떠오르는 사진들은 이런 사진이 아닐까 싶다. 댕댕댕 맑고 굵직한 종소리가 울리며 벌 꿀처럼 노랑 검정이 반복되는 큰 봉이 내려오고 뒤에는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 그리고 그 바다 위를 달리듯 엣되보이는 기차가 천천히 달려간다.
그러나 이렇게 달리는 기차와 선로 위에는 여러 명의 슬픈 사연이 줄지어 달린다. 일본에서는 매일 적어도 1명 이상의 사람들이 저 달리는 전철 위로 뛰어든다. 열차 홈에서 뛰어들기도 하고 그냥 선로 위에 몸을 내던지기도 한다.
내가 살던 도심의 역 모습이다. 나름 100만 명이 넘게 사는 도시의 도심이다. 또한 국철인 JR선이 순회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다. 사철은 자기 돈을 들이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이러한 국철은 적어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일본에 몇 달만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일본은 시간에 엄청나게 예민하고 중요한 나라임에도 이를 어길 때가 있다. 바로 빈번한 지하철 투신자살이다. 일본어로는 人身事故(진신 지코;인신사고란 뜻, 자살이란 내용이 안 느껴지는 이른 용어를 만들기도 한다 ㅎ) 이번에 도쿄올림픽에서 뒷 말이 많았던 고위 관계자도 지하철에 떨어져 사망했다. 이처럼 선로란 것은 일본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으로 가는 길이자 죽음의 길로 나서는 길이기도 했다. 우리에게 한강으로 간다는 것이 아름다음 추억과, 남은 삶의 추억을 포기하겠다는 두 가지 의미를 자기고 있듯 일본의 선로에는 추억도 포기도 즐비하였다.
그럼에도 스크린 도어를 만드는 움직임은 체감할 수 없다.
그나마 신칸센에 만든 게 이 정도이다. 우리의 배~가슴 높이쯤 오는 자동문.
과연 이런 소극적 자세로 일본의 무수한 자살과 이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이겨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일본에서 이런 자살은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보통 자살이 발생할 경우 지연시간, 사고 후처리 등으로 막대한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적게 수천만 원~많게 수억 원의 보상액이 유가족들 앞으로 청구된다. (일본의 가장 빠른 열차 신칸센의 경우 그 금액이 정말 크다고 한다.) 그 금액을 지불하기 위한 유가족들의 선택은 두 가지이다.
1. 상속금을 받고 그중에서 비용을 지불한다.
2. 남은 유산에 대한 상속을 포기하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참 가족을 잃자마자 이런 상황에 놓여야 하는 일본의 현실이 참으로 마음 아프다. 유학하면서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국철(JR) 노선에서의 자살은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자료를 찾다 보니 JR도 청구한다. 즉, 너나 할 것 없이 전철 측의 손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한다는 것이다. 1건당 5천만 원이 소요된다 했을 때 일 년에 400건의 사건이 일어난다 하자. 2건당 1억이니, 400건 이면 200억 원이다. 5년만 있으면 1000억이다.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스크린 도어가 어렵다고 하는 그들의 의견은 변명에 가깝지 않나 라고 생각했다. 실려, 정말 수천억 원의 비용이 들어갈 지이라도 한 명의 목숨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시간, 편의를 되돌릴 수 있다면 이렇게 ROI(Return on Investment)가 큰 투자가 있을까.
우리나라 역에는 이제 스크린 도어 없는 역을 찾는 것이 힘들다. 그렇기에 더 이상 취객이나 맘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역에서 발견되지 않고 내가 서있을 때 누가 밀면 어떡하지? 아님 정말 정신 나간 놈이 밀어버리는 그런 사건들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발생하지도 않는다. 근데 내가 이 글을 쓰기 위해 '기차역'이라고 검색했는데 일본인 줄 알았건만 확대하니 우리나라였다.
이 글을 본 당신이 속으로 '우리나라라서 참 안전하고 다행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생각해보면 KTX, SRT(서울/동탄은 있었던 듯?) 기차역에는 스크린 도어가 없다. 예전에 한 번 이게 기사화 된어서 KTX에서 만들겠다고 이야기한 게 거의 수년 전이나 아직까지는 바뀐 게 없는 듯하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역에서 자살시도를 하거나 인명사고가 많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다행이나, 아직 우리에게도 고쳐나갈 점들은 남아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일본의 역 문화 중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아마 줄 서기 문화 같다. 정말 약속한 것처럼 마지막 사람이 내리기까지 타지 않고, 나름 줄을 잘 설 수 있는 발자국 모양의 스티커들 이런 규칙과 약속에 대한 것들도 우리가 배워 익힌다면 우리나라의 전철/역문화는 세계 최고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개발로 속도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준비와 문화도 받쳐주어야지 최고의 이상향이자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