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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a Dec 17. 2023

가을

 유난히 짧았던 가을이다. 바깥 생활을 최대한 줄이고 휴직 생활을 보냈다. 결국 돌아간 회사에선 부서 이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였다. 죄송하다고 말만 해대던 그때의 나.


 도살장으로 끌려가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사직서를 썼다. 그렇게 들어가기 힘들던 회사였는데 나오는 건 한순간이었다. 유난히 빨리 지나가는 가을이었다. 

 순식간에 서늘해졌고, 나는 따뜻한 나라로 엄마와 여행을 떠났다.




XXXX 년 X월 X일 날씨 맑음


오늘은 엄마와 카페에 갔다. 부엌 가까이 말하는 앵무새가 있었다. 짧은 문장을 말할 수 있었다.


"헬로우!"


"싸와디캅!"


엄마는 신기하게 말을 걸었다. 


"안녕! 우리말은 할 수 있니?"


"싸와디캅!"


"하이!"


서로 일방적인 인사만 하다가 끝이 났지만 엄마는 내게 물었다.


"저렇게 갇혀있는 앵무새가 부럽니 아님 저 자유로운 참새가 부럽니?"

  

이어서 "저 앵무새는 안전할 거야."라고 말을 덧붙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새가 더 좋은 환경일지 정말 모르겠다.


다시 한번 앵무새가 말했다.


"헬로우!"


엄마는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렸지만, 나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 같았다.

어딘가 소속되어 있었던 과거의 나, 자유의 몸이 된 백수.


가을은 지나 겨울이 오는데 월동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덜컥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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