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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명 May 18. 2021

신세대에게

당신께 보내는, 당신들에게 하고픈 말

 불혹을 넘어선 이 마당에 내가 시답잖은 충고랍시고 마주보고 앉아 ‘너는 이게 문제고, 이런 태도는 버려야 해’라며 당신 상상속 건방진 놈이 되긴 싫다. 우선 ‘당신’이라는 인칭대명사도 어색하고, ‘여러분’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마땅한 경어(敬語)가 떠오르지 않는다.

 굳이 이렇게 편지글과 같은 조심스러운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들을 향한 나의 두려움과 못마땅함을 이제는 제대로 속시원히 토설(吐說)하고 싶은, 온전히 우리를 위한 마음 때문이다. 자고로 사람에게는 빈틈이 있어야 매력적인 법이다. 모름지기 그렇다. 친구 사이의 놀음에서도 한번씩은 져주고 그래야 우정도 유지되고 재미있지, 실력이 좋다고 일방적으로 이기기만 해서는 영 좋은 자식이라는 평가는 언감생심인 것이다. 더 이상 우물쭈물 비비꼬는 꽈배기가 되진 않으련다. 내 요즈음에 당신들을 자세히 보아 오건데, 왜이리 바지런하기는 개미 귓방망이를 후려치고도 한참 남을 정도이며, 왜이리 영악하기는 독 넣은 콩알을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는’ 꿩에 비할쏘냐. 그리고 아귀다툼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을 흐뭇하다는 건지, 가엾다는 것인지, 아님 고생좀 더 하라는 조롱의 표정인지 알 수 없는 그 자비롭고도 비열한 미소를 머금은 채 바라보며 ‘정중동(靜中動)의 극치’라 이름하는 썩어버린 나무난간에 손을 얹고 있는(현명한 당신은 결코 무게를 난간에 다 싣지 않는다) 당신들은 정녕 우리 편인가?

 아님 우리들 등에 업혀 사탕을 빨면서 ‘저기로 가, 아니 거기 말이야... 쯧쯧, 지혜가 부족하군...’  이렇게 조곤조곤 거리며, 점점 다리힘이 풀려가는 우리를 울력하려 하는가?     


 우주여행이다, 화성탐사다 이 별에 질려버린 사람들이 새로운 생명체를 기대하며 멀리멀리 떠나고 있지만, 이미 우리는 새로운 종족과의 접촉에서 추풍낙엽같이 되어 버렸다. 과거 그 어느 시대에도 사람나이 70세 이상이면 온전한 사람다운 구실을 하기 어려웠다. 80세? 물론 그 이상 살았던 사람들이 부지기수이지만, 지금처럼 70대, 80대가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은 전무후무 했다. 지금까지 당신들은 숨은 쉬었어도 산 것이 아니었고, 세상은 우리들이 이끌어갔다. 한때 우리의 우상이었던 당신들을 우리는 존경하며 공경하며 봉양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우리는 당신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

젊음? 열정?  이미 우리에겐 그런 단어가 사라진지 오래라는 것을 모르는가?

형편없는 우리는 당신들보다 더 몸을 사리는 것을 정녕 모르는가? 피땀흘려 일하기 보단 우리 또한 편하게 돈벌어 부드러운 음식을 먹으며, 산수를 벗삼아 노래나 흥얼거리고 싶단 말이다. 조기은퇴를 부러워하는 우리는 당신들보다 더 늙어 버렸다.


 우리는 요즘 몹시 당황스럽다. 우리의 사랑이었던 당신들이, 예전과 달리 당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지도 않고 우리들을 이기는 재미로 살아가는 것 같아 두렵다. 우리에게는 당신들과 같은 경험도, 지혜도, 통찰력도 없다. 체력과 건강? 스트레스로 인한 병과 과로, 그리고 절망적으로 보이는 미래로 인해 이미 우리들은 살고 있어도 사는 것이 아니다. 당신들의 현재를 우리가 앞으로 향유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다. 자신이 없다.


 이제 새로운 세대, 아니 새로운 생명체가 나타났다. 범접할 수 없는 연륜에서 나오는 노련함, 인내와 신중을 겸비한 당신들을 우리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과거 산과 땅에서 영면하여 왔던 초(超)고등 종족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70세 이상이면 ‘덤’으로 산다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겠지만, 자꾸 ‘덤’이라는 자본주의 경쟁시장의 용어는 그만 말하고, ‘덕(德)’으로 살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오래된 신세대여, 당신들은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가?

 끝내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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