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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엄마 Mar 24. 2020

공짜 상상

넓은 이마 이미 장착

상상은 공짜다.

이마 넓어진다고 공짜 좋아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나는 이마 넓이가 미의 기준에 조금 포함된다는 걸 알게 되기 전부터 이마가 꽤 넓은 편이었다.

타고나기를 상상 좋아하게 태어났나 보다.




오늘은 이런 상상을 좀 했다.

특정 직업은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두둥! 벌써 신난다.

특정 직업에는 작가(꼭 포함이다. 이 상상은 나를 위한 것이니까), 의사, 교사, 소방관, 경찰, 과학자를 포함시켜봤다.


우리는 돈을 벌지 않아도 어려움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세금 낼 날자를 걱정 안 해도 되고 내 작업이 얼마만큼의 가치로 평가받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영화 단골 소재로 나오는 승진 못한다고 부인한테 구박받는 경찰 아저씨도 사라진다. 구박 없이 나쁜 놈 맘껏 잡을 수 있다. 교사도 평가받지 않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친다. 과학자는 먹고살 궁리 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와 비교, 평가가 사라진 내 상상 속 세상에서는 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을 한다. 대신 우리는 사치를 할 수가 없다. 사치를 안 하기 때문에 돈으로 우리를 매수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교사나 경찰 등은 권력을 지나치게 사용할 이유가 없다.)


사치의 기준은 명확하게 구분을 해주어야 한다.


명품 삑! 수입차 삑! 귀금속 삐익! 고가 저택 삐익! 호화 여행 삐익!


이 조건을 지키면 후원자는 무조건 생기고 후원을 받으며 사는데 부끄럼을 전혀 가질 필요가 없고 오히려 후원자들은 후원을 많이 할수록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어서 명품백 몇 개 있느냐보다 후원을 몇 명 하느냐를 가지고 침 튀기며 얘기할 수 있는 문화가 생기고 신상 작가나 신상 교사가 어떤 신상보다 비교도 안되게 중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사치를 못하면 괴롭지 않을까? 걱정 없다.

명품을 사본적은 없지만 있대도 며칠 못 쓸 것이다. 내 손을 거쳐가면 뭐든 너덜너덜해진다. 밥 먹다 흘리고 바닥에 떨어트리고 여기저기 부딪히고 그럴 게 뻔하다. 사회 초년생 때 아는 지인이 식당에서 밥 먹다 명품백에 음식 쬐끔 쏟고 며칠을 괴로워했는지 생각이 난다.

귀금속도 걸리적거려서 찼다가도 빼버리는 통에 자주 잃어버려서 아예 안 산다.(가끔 아이쇼핑으로 차고 거울 보는 건 한다.)

호화 여행은 꿈꿔보긴 하지만 일주일쯤 하면 지겨울 것 같고 고가 저택도 탐나긴 하지만 넓어서 혼자 있어도 쓸쓸하고 사람이 걸맞게 많아도 정신 사나울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세상은 내게는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일 것이다.

나는 고통 없이 조건 충족 가능! 돈 걱정 없이, 원 없이 그리고 쓰고 먹고 마시고 떠들고 여행도 가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고 절약하라고 잔소리하다가 애한테 '엄마 돈 없어? 거지야?' 이런 소리도 안 들을 것이고..... 남편한테 '취미생활을 왜 그렇게 집요하게 해?'라는 소리도 안들을 것이고.......




이래서 상상이다.

하다 보면 완전 도둑 심보다.

내가 주인공이고 주인공 친구만 속 편하게 산다. 다른 사람들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그래서 공짜인가 보다.

하지만

도둑 심보더라도 멈출 수 없는 상상!




언젠가는 종이책 안에서라도 내 상상의 세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 안에서 잠깐씩 쉬다 와도 좋겠다. 아무도 내 생각을 해주지 않는 것 같을 때, 답답함이 느껴지는데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을 때 그때 들어가 맘껏 놀 수 있는 나만의 세상을 또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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