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 방해자가 아닌 동행자로서

리스크관리부서는, 어쩌면 꽤 정치적인 곳이다. 위험을 통제해야 하지만, 동시에 현업의 수익 행위를 지나치게 방해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리스크관리자의 역할은 종종 '제동'이 아니라 '설득'이 된다.

데이터는 명확하다. 손실 가능성, 민감도, 규제비율. 하지만 이 수치들이 의미하는 '경고'는, 늘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특히 현업의 전략과 부서의 판단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때, 리스크 수치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라 '간섭'으로 보이기도 한다.

리스크관리팀은 리스크 지표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방법을 늘 고민한다. 수치로 보여줄 수 있다면, 리스크에 대한 논의도 보다 객관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주요 민감도 수치를 정기적으로 산출하고, 리스크보고서에 반영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어 왔다. 반복적인 계산과 입력을 줄이고, 시스템적으로 리스크 레벨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과거 한 차례, 내부적으로 실험 중이던 지표를 바탕으로 채권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한 적이 있었다. 장 마감 이후 남은 포지션을 기반으로 리스크 수준을 추정한 뒤, 그것이 어느 정도의 민감도를 가지는지 설명하려는 시도였다. 이 수치는 자동화 프로세스의 일부로 고려되고 있던 값이었고, 이를 정례 보고에 포함시키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예상과는 다른 반응을 마주했다.

그들은 해당 포지션이 일시적이며, 전략적으로 이미 리스크를 관리한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의 수치는 객관적이었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맥락과는 어긋나 있었다. 실무의 흐름 속에서는 장 마감 시점의 스냅샷보다, 그날의 전략과 의사결정 과정이 더 중요한 기준이었다.

우리는 단지 수치를 전달하려 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그것이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님을 알려주었다. 수치는 상황에 대한 단초일 뿐, 결국 중요한 건 그 수치를 둘러싼 설명과 공감이었다.

사실 우리도 알고 있다. 리스크는 단순히 엑셀의 셀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시장 대응은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숫자는 언제나 그보다 한 발 느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치를 남기지 않는다면 지나간 흔적을 되짚을 수 없게 된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27일 오전 10_35_55.png 때로 리스크관리의 역할은 수치를 제시하는 것보다 맥락을 읽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치를 남기되, 해석에는 항상 여백을 둔다. 필요한 건 숫자 그 자체보다, 그것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를 함께 설명할 수 있는 여지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자동화한다는 것은, 단지 수치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수치와 실제 전략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했다.

리스크관리자는 종종 데이터를 넘어서야 한다. 숫자는 출발점일 뿐, 결국 중요한 건 그 숫자가 어느 맥락에서 나오고,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결정으로 이어지는가다.

ChatGPT Image 2025년 4월 27일 오전 10_45_04.png 어지러운 수학공식보다, '대화'가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아, 참고로 커뮤니케이션했던 채권 부서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리스크관리 부서가 트레이딩이나 세일즈 부서와 사이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건 편견이다. 여러 번 말했지만, 리스크관리 부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방해자'가 아니라 '동행자'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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