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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Jun 25. 2019

편지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

결국 편지를 쓴다는 건 사랑한다는 뜻이다.

편지를 쓴다는 건 그 사람의 내면에 가 닿는 얼마 없는 일. 오로지 편지를 쓰는 사람과 편지를 받는 사람만이 존재하는 가상의 공간 두 사람이 진심을 다해 부딪히기로 합의한 의식. 서로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 몰두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마음을 꾹꾹 눌러 차분히 마음을 전한다. 미소 짓고 봉투를 닫으며 마지막으로 낯간지러워서 평소에 마음껏 붙이지 못하던 사랑의 스티커를 정성스레 골라 마감한다. 편지를 받는 사람은 설렘과 기다림으로 가장 차분하고 조용한 시간과 공간을 물색한다. 마침내 때가 오면 조심스레 그 스티커의 반을 뗀다. 읽혀야 하는 그 사람만을 두 사람만 해석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언어를 해석한다. 말을 곱씹으며 음미한다. 두세 번 읽고 생각나면 다시 열어 또 읽는다. 모든 편지는 은밀한 내면이 고백하는 세레나데이다. 결국 편지를 쓴다는 건 사랑한다는 뜻이다. 아주 많이.



P.S. 어린 시절 나를 돌아보는 힘든 글을 쓰려다가 편지 한 장을 쓰고 나니 사랑으로 가득 차서 그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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