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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Jun 24. 2019

오늘도 좋은 하루였다!

현재란 건 MSG 무첨가 나물 맛과 같아서

그래도 역시 하늘은 파란색이나 하늘빛이 가장 멋지지. 햇빛이 비치고 구름의 모양이나 농도와 상관없이 하늘이 푸른빛일 땐 언제나 늘 선물 같아. 특히 육교 위에서 하늘이 더 가까이 보여. 육교 중간쯤 도착하면 꼭 자동차가 일렬로 질주하는 도로를 한 번 보고 목을 살짝 들어 하늘을 봐. 그때 하늘이 가장 크게 보여. 


별일 없이 잘 지내. 아침에 일어나 25분간 유튜브를 틀어놓고 명상을 하고 좋은 말을 해주는 에너지 충만한 멘토님의(나만의 생각) 동영상을 몇 개 보기도 해. 목이 마르기 전에 시원한 물을 마셔. 샐러드도 먹고 과일도 챙겨 먹지만 간간히 그냥 먹고 싶은 것도 먹어. 많이는 아니고 배가 부를 만큼. 이젠 머리는 바짝 말리려고 해. 역시 손목이 아프긴 하더라. 미용실에서 그러는데 내 두피가 생각보다 별로라나. 폭식을 하고 싶은 마음은 많이 줄었어. 신기하게도 내게 친절하자, 좋은 걸 해주자라는 생각을 하니깐 거짓말처럼 폭식할 필요가 사라지더라고. 그래도 여전히 밥은 빨리 먹어. 그리고 요가를 가. 오늘은 농담처럼 자신의 외모의 단점을 들추는 선생님께 예쁘다고 버럭 화를 내버렸어! 하지만 선생님은 정말 예뻐 자세도 목소리도 미소도 사람도. 여전히 무릎이 안 펴져. 죽을 것 같다고. 옆 옆에 계신 할머니가 나보다 더 잘 피셨어. 그래도 괜찮아. 언젠간 내 무릎도 곧게 펴질 거라 생각해. 무엇보다도 그렇게 아플 땐 의식하지 않아도 현재에 있게 돼.


가끔씩 다른 생각을 해. 지난주 안 만난 지 8년쯤 된 대학 동아리 사람의 모임에 안 간 나 자신에 대한 합리화 혹은 15분쯤 예능을 보고 싶다는 마음. 집을 내 논다고 하니 9월 늦으면 10월이나 되어야 집이 빠진다잖아. 돈이 더 나가겠네.(앞으로 두 배쯤 돈 더 많이 벌려고 하나 보다라고 괜히 생각해본다)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창(난 너를 믿어 힘내 CPT), 미래란 녀석을 떠올리면 늘 불안이 짝꿍처럼 따라오고 내가 이래도 되는지 생각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야. 이렇게 살아도 될지 의문을 갖는 건 너무 낯익은 일이야.


중독자였어. 과거 혹은 미래라는 자극적인 관점에 갇히는 걸 좋아했지. 현재란 녀석은 너무 삼삼하니깐. 간이 하나도 없이 참기름 조차 넣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나물 같은 녀석이라서 나는 고춧가루가 당기곤 해. 좀 더 절망적이고 나를 몰아갈 수밖에 없는 과거의 조각을 모아 그럴듯한 비극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고 미래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저주를 스스로 내리고 나면 편안해지던 변태.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즐겁거나 아프거나 행복할 때면 잠시 거기서 벗어나기도 했었지. 의도치 않게.


하지만 난 이제 현재를 살 거야. 지금을 살 거야. 내게 좋은 걸 주고 나를 성장시키며 선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낼 거야.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 빛을 가득 품고 풍요로운 나날을 보낼 거야. 그게 내가 해야 할 유일한 일 그리고 그동안 하지 않아서 괴로웠던 유일한 일이니깐. 


내가 할 수 있으면 모두가 할 수 있어. 그러니 나는 할 수 있어. 


언제든 하늘은 푸른빛을 띠게 되고 사실 푸른빛이 아니더라도 하늘은 멋지니깐. 오늘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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