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마음속 깊이 우리 모두 성공이 두렵다
'성공의 두려움'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하루 종일 머릿속으로 되새긴다. 우리는 말로는 '성공하고 싶다'라고 말하지만 실제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는 성공을 매우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으나 다음의 두 이유로도 정리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첫 째, 선택에 대한 책임이 두렵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 한 분야 혹은 과업 선택하고 인생의 많은 시간을 그곳에 할애해야 한다. 자신의 미래가 고정되는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이 든다. 두 번째, 이게 더 크고 중요한 이유인데 마음 한 구석으로는 성공에 대해서 몹시 두려워 방어막을 치고 있다. 성공을 회피하기 위한 각종 수단을 발휘한다. 바쁜 척 다른 일로 정신을 산만하게 만든다든지 도중에 그만두고 어떻게든 일의 완수를 회피한다. 일을 끝내지 않으면 평가받을 필요가 없어 마음의 위안을 준다. 실속 없이 바쁜 척하다 보면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다. 잘난 척, 있는 척, 가치 있는 척하고 싶으나 실상 전문가가 되고 싶지 않다. 전문가가 되면 성과를 증명해야 하고 더 이상 척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결핍, 단점, 사실은 별 볼일 없는 인간이라는 게 들킬까 봐 매우 고통스럽다. 그래서 말로만 성공하고자 떠들지 실상은 조금도 성공하고 싶지 않아 하는지도 모른다.
그게 나다.
나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마이웨이로 살아왔다. 말로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거 남들처럼 똑같이 살아가는 거 싫어. 나는 내가 행복해지는 게 중요해.'라고 곧잘 떠들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내 방식대로 살아도 종국엔 내가 행복해지는 걸 누구보다도 타인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어 했다. 누구보다도 인정 욕구가 강했을지도 모른다. 내 방식대로 뭐라도 해서 어떤 한 부분에 있어서는 누구라도 '역시 다르네'라는 감탄을 받아내고 싶어 했었다.
타인과 사회의 기준에서 인생이 슬슬 안 풀리기 시작하고 코너로 몰렸을 때 누구보다도 초조했다. 나는 내가 실패자이고 쓰레기처럼 살고 있다는 불안과 압박감에 매일매일 우울하고 슬펐다. 내 멋대로 살다가 인생 망친 기분이었다. 어느 날 내가 '내가 알아서 할 게.'라고 오빠에게 말했을 때 오빠는 '네가 알아서 잘했으면 이런 말 안 하지.'라고 말했고 나는 우울하지만 그 말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망할 선택만 해서 망친 인생 미래에 대한 희망이 조금도 안 보였다. 나는 실패자였고 나의 방식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말대로 회계를 팠으면, 엄마 말대로 교사가 되었으면, 아빠 말대로 공무원을 했으면, 오빠 말대로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갔으면 이런 망할 인생이 되지 않았겠지. 한 사람 분의 몫을 책임지지도 못하는 나이만 먹은 망할 인생. 죄인의 마음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내가 내린 멍청하고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나의 선택을 후회하고 반성했다. 그래서 유배지로 떠나는 심정으로 아무 데나 나를 받아주는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을 쫓기듯 들어갔다. 괴로워도 견뎌냈다. 이건 벌이다. 내 선택에 대한 벌이라고. 아닌 것 같았지만 마음은 조금 편안했다. 돈이라도 버니 만회하는 기분이 들어서.
아닌 척했지만 언제나 남의 눈치를 봤다. 언제나 사회의 인정을 갈구했다. 다만 방식만 내 방식을 선택했을 뿐이다. 모순적이다. 내 방식대로 했는데 남들의 인정을 받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었다니.
어떤 무엇보다도 강한 도파민의 향연, 사회의 인정. 어릴 적부터 차곡차곡 쌓여 몸을 지배하는 그 쾌감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정말로 왜 성공하고 싶었을까? 왜 그럴듯하게 보이고 싶었을까? 오히려 어느 순간 성공할 수 없을 거라는 자괴감에 성공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척 나를 기만했을까?
그게 부끄러워 숨어버렸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안전하게 나를 사랑해줄 착한 사람들만 남겨둔 소수의 세계로 나를 제한했다, 못난 내 모습과 자기기만과 모순에 가득 찬 내가 들킬까 봐 너무나 두려웠다. 그래서 원하지 않은 척했다.
성공 같은 건 중요치 않았으면 한다. 그건 부산물이고 언제든 파도처럼 뜻밖에 나를 덮쳐오기도 너무 쉽게 썰물처럼 빠져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한다. 그런 불안정하고 통제할 수 없는 쾌감에 기대고 싶지 않다. 정말 중요한 건 나의 세계의 확장이다. 굳게 잠가놓은 빗장을 풀고 단 한 발자국이라도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는 거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한 뼘 자라 있고 하나를 더 배웠고 하나를 더 해봤고 하나를 더 실패해보고 하나를 더 경험해봤다면 그걸로 족한 거다. 모조리 다 실패하더라도 누군가 손가락질하고 한심해하더라도 그렇게 산 미래의 나는 소중하고 자랑스럽고 애틋할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성공 그리고 남의 인정 같은 건 완전히 내려놓고 살고 싶어 졌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글을 쓰면서 사실은 지금도 조회수, 라이킷 숫자 하나를 보고서 기분이 조금씩 왔다 갔다 거린다. 그렇지만 점점 진심으로 나를 위해서 나를 기억하기 위해서 나아가기 위해서 혹은 세상에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성장의 의미를 담아 온전히 다른 목적 없이 즐기며 쓰고 싶다. 무언가를 배우고 앞으로 직업을 가지고 누군가를 만나도 마찬가지다. 나의 의식의 확장, 나의 세계의 확장, 온전히 그 사람을 알고 이해하려는 소통의 시도에서 그 모든 삶을 의식 있게 살아가고 싶다.
성공 같은 거 남의 인정 같은 거 중요치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두려움 같은 거 못 느끼고 활짝 더 활짝 내 세계를 열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