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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Jul 25. 2019

혼란의 시간도 필요할 테지

이 또한 현실도피일까 불안해진다.

저녁에 되도록이면 잠이 오지 않아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고 했는데 커피가 너무 맛있어 보여 라떼를 시키고 깔깔거리다 집에 돌아왔다. (1000% 즐거웠다) 늦게 자는 건 괴로운 일이지만 커피를 마셔서 카페인은 온몸에 퍼져있고 생각이 혼란스러우니 그냥 또 마구 적어 본다.


삶의 의미는 찾거나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는 거란 말에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1차로 받았다. 자기개발 혹은 자기계발 없는 자아실현이나 깨달음은 낭만이자 허상이란 말에 2차 충격, 외상으로 따지면 기절 상태다.


'천천히 하고 싶은 걸 장기적인 관점에서 찾아보겠다. 못다 한 많은 경험을 하면 나 스스로를 알아보겠다.'

라는 다짐은 핑계이거나 도피가 아닐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자기 세계에 갇혀서 누가 뭐라 하든 아니라고 우겨보겠지만. 이것도 비슷하다. 남의 조언에 꾹 닫혀 아집으로 가득 찬 나를 깨닫고 반성하며 다르게 살아보자 결심했다. 주변에서 해주는 조언 혹은 참견에 감사해하며 겸허하게 내 생각과 달라도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건 그냥 타인의 의견이니 흔들리지 않고 내 뜻대로 밀고 나가야 하는지 헷갈리고 만다.

 

물론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케이스 바이 케이스겠고 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나이니 물어볼 수도 없겠지만.

나는 늘 현실감각이 부족했다. 나는 늘 내면의 문제 나의 자아실현 깨달음 영성 등에 마음이 쏠리곤 했다.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골몰하는 것보다는 현실보다 한 차원 높아 보이는 의식의 고취, 내면의 평화가 늘 갖고 싶었다. 어쩌면 인간으로서의 한 축을 이루는 생존 방식에 있어서의 과제가 풀기 싫어 회피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괜찮으면 나의 저항감만 없으면 그냥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또 흔들려 버리고 만다. 


내 인생을 나의 선택을 오롯이 책임지는 삶. 무얼 해도 내 마음이 편하면 괜찮은 게 맞나? 그냥 생긴 대로 원래 그대로의 최대한 나를 존중하고 지키며 확장하며 살면 되는 걸까? 그러고 싶다고 말하다가도 이것 또한 내 세계의 편협한 아집에 불과한 걸까 의심이 든다. 지금 흔들리는 게 나의 에고의 불안함 때문인 지 진짜 무언가를 놓쳐서 불안한 건지 도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뭔가 의식을 고취시키고 내면을 단련하는 수행과 함께 나는 언제나 땅에 두발을 딛고 현실과 인간으로서의 문제도 부딪치며 열심히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결핍을 채우려고 발악하는 부정적 동기로 움직이는 그런 삶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데 이런 나의 방식이 뜬구름 잡는 신선놀음에 불과한 순진한 생각일까.

그냥 천천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그 길로 가면 되는 걸까. 엄청 혼란스럽다. 어차피 누가 답을 알려줄 수 없는 문제이다. 인생은 쉽지 않을 줄 알았다. 나는 끊임없이 질문과 고민을 죽는 날까지 하게 되겠지. 그래도 역시 마음이 편안한 게 좋다. 강박도 결핍도 싫다.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면서 자기 계발이나 자기개발에도 힘을 써야 하는 건가. 그러면 같은 행위라도 이전의 팍팍하고 고통스러운 삶과는 좀 달라질까?


어쩌면 꽤 괜찮은 믿을만한 삶의 의미를 만들어내면 하위 단계의 일은 모두 해결될지도 모른다. 모든 일의 목적이 내 안의 평화와 그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일 혹은 되지 않는 일로 구분해서 나의 호불호나 불안함과는 상관없이 즐겁게 나아가면 될 수 있으니 -. 이런 답도 없는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지. 역시 내 생애를 헌신할만한 아깝지 않을 나의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역시 또 질문으로 남네. 


답은 내가 찾아야겠지. 성격 급한 나는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건 지 다시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혼란스럽지만 내게 말해본다. 혼란은 당연한 거야. 이쯤 되면 혼란해질 만 해. 혼란 없이 괜찮은 무언가를 얻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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