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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Mar 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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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는 개인의 취향으로부터 오지 않는다.

무심코 지난 그알의 음원 사재기 편을 보았다. 아이돌 팬 같은 걸 해본 적 없던 나는 '총공'이란 단어가 정확히 뭔지도 몰랐다. 끊임없이 시끄러웠던 음원차트 순위 조작 의혹에 대한 종합편이라 할 수 있다. 사재기를 제안당한 경험이 있던 가수들의 증언, 결국 바이럴 마케팅을 한 것뿐이라던 의심을 받는 소속사의 해명, 물리적 증거를 찾기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음원사이트 입장에서는 사재기를 막을 유인이 하나도 없었다. 속 시원한 결론에 도달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겠다.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진짜라는 건 별 소용이 없어졌다. 이제 대중성이나 인기라는 건 결코 개인과 개인의 취향의 합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개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방도를 고민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줄 것 같은 암시'를 만들어 내는 게 잘 먹힌다. 깊은 속내로 돌아가면 내 취향도 아니고 A의 취향도 아니고 B의 취향도 아니고 C의 취향도 아니지만 대중의 2군 취향 정도의 인상을 남긴다면 그 어떤 취향보다도 인기 있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아무도 그걸 진정 사랑하진 않을지라도 인기가 있다는 공감대, 노출도가 증가하면 친근하고 익숙해져 버리고 그건 어느새 우리 모두의 취향이 되어 버린다.


실시간 검색어, 실시간 음원 차트 100, 박스오피스, 베스트셀러


모두의 취향을 반영한 것처럼 공신력을 얻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품질(재미)을 보장해주는 기준이 되기도 하고, 수많은 선택지를 줄여주는 간편한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편리함을 대가로 나는 취향을 누군가에게 내주고 있었다. 타인에게 취향을 내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차트의 영향력은 커지고, 그 차트에 어떻게든 IN 하고 싶은 욕망과 유인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사재기와 불법을 근절할 수 있는 본질적(이상적) 해결책은 차트와 상관없는 개인의 취향을 다시 되찾아 오는 것뿐이다. 반성의 의미로 앞으로 실시간 인기 차트는 듣지 않기로 결심했다. 나만의 플레이 리스트를 다시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 시간을 내어 모으지 않으면 취향이란 생길 수가 없다.


평소 자주 듣는 노래, 오랜 기간 들어도 질리지 않거나 음악을 들으면 딱 집중하게 되는 마음속에 남는 노래들을 기억나는 대로 찾고 있다. 딱히 가리는 노래 취향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모아놓고 보니 유사한 공통점이 있다.


1. 음색이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2. 가사가 좋다(인상적이다)

3. 추억이나 장면 누군가를 회상하게 만드는 노래

3. 묘하게 우울한 분위기가 많은 건 기분 탓인가?!


플레이리스트를 다양하게 채우고 싶다면 어떤 경로가 되었든 다양하게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 우연히 자꾸 모르던 음악들을 알고 싶다면 발품을 팔고 게으르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는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이건 정말 좋다. 내 취향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지닌 사람이 되어야지.


p.s. 최애곡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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