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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텔라 Jul 16. 2020

부자되기로 결심하다

돈에 대한 가치관 연대기

돈에 관한 생각이 인생을 살면서 크게 세 번 전환되었다.






0. 돈 밝히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어린 날 내게 돈은 내가 굳이 알 필요 없는 신성불가침상 어른의 영역이었다. 동시에 부모님의 도움으로 내 삶에서 항상 우선순위에 밀려있었다. 나도 모르게 부자는 비열하거나 덕이 없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TV에서 떠드는 부자들은 항상 불법을 저지르고 약자를 탄압했다. 슬픈 역사 속 민족에게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약삭빠른 머리와 국익보다도 자신의 이득을 우선해야 가능했다. 위인전을 읽고 지식과 교양을 쌓으며 나는 늘 너무 돈 밝히는 사람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1. 남의 돈 버는 게 참 힘들구나.


돈에 대한 첫 전환점의 시기는 첫 취직 이후이다. 그때 처음 남의 돈을 버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우리 가족의 경제를 늘 책임져온 아빠의 성실함의 무게가 얼마나 값지고 무거운지도 처음 느꼈다. 아빠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여러 프로젝트에 치여 밤 12시가 다 되어 겨우 집으로 돌아와 잠에 쫓겨 눈을 감으며 슬펐다. 대체 뭘 위해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허무감을 자주 느꼈다. 그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주변 사람들은 '인생이 원래 다 그래.'라든가 그래도 너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위로를 보냈는데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정확히 그 허무감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 수조차 없었다. 대신 그 허무감을 채우기 위해 내가 번 돈을 최대한 모으는 전략을 취했다.


쇼핑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만나는 사람도 많지 않던 나는 돈이 많이 필요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가계부를 쓰고 지출 통제를 하며 돈 모으는 재미를 알았다. 경제학과를 나왔지만 주식 계좌 한 번 만든 적이 없었고 재테크의 재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오죽하면 첫 월급을 받고 나서 상사님께 '저... 대리님은 돈 받으면 보통 어떻게 하세요?'라고 수줍게 물어보았다. 


통장을 쪼개고 고정지출을 파악하고 변동지출을 줄이는 데 희열을 느꼈다. CMA 통장을 만들고 비상금을 만들었다. 청약저축을 붓기 시작했다. 적금을 들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부자가 될 거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다만 나는 적어도 내가 번 돈을 허무하게 날리고 싶지 않았다. 이 돈 버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장기적인 계획도 없고 투자도 없었다. 그래도 그냥 모았다. 최대한 모을 수 있을 만큼.


우연히 공짜로 재무 설계 상담을 받고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돈을 벌면 영원히 부자가 될 수 없겠구나.

평생 일하면서 살아야겠구나.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들 그렇다고 하니 불만을 가질 것도 아니었다.




설명할 순 없고 돈에 대해 알지도 못하지만 난 부자가 될 수 없고 돈 버는 건 너무 힘든 일이고 이렇게 계속 인생을 사는 건 억울하고 불합리했다. 그래서 탈출구로 여행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10개월간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모았던 약 이천만 원의 전 재산을 탕진했다.





2. 돈은 내 생각보다 더 중요한 거구나.


돈에 대한 후회는 여행을 다녀와서 시작되었다.돈을 다 써서 후회한 건 전혀 아니다.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거고 그건 정말 하나도 아깝지 않다. 내가 후회한 건 돈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다.


돈은 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이고 우선순위가 먼저였다. 돈은 자유였다. 돈은 자유이자 선택의 범위라는 것이었다.


예전엔 단순히 '내가 돈이 많으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정도였다면 그때는 돈으로 인해서 내 삶이 얼마나 제약을 받게 되는지를 깨달았다. 그전까지는 나는 크게 원하는 게 없었고, 욕망하는 게 없어서 내가 뭘 잃고 사는지조차 몰랐다.

나는 그때 돈 한 푼 없었고 나보다 더 가난한 남자와 전 세계를 유랑하며 살고 싶었다. 처음으로 욕심이란 게 생겼는데 내가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다른 변명의 여지도 없이 돈 때문에.


돈이 없으면 아니 돈을 벌 능력이 없으면 난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자유가 없고, 함께 살고 싶은 동반자를 선택할 자유가 없다는 걸 마음 깊이 인정했다. 이 모든 걸 알았으면 조금 더 돈 버는 능력에 신경을 썼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부자는 못되었어도 적어도 언제 어디서라도 먹고 살 수 있는 방향을 목표로 선택을 내렸겠지. 그동안 나는 마치 돈과 전혀 관련 없이 고고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던 것이다.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가치관을 뽑자면 그건 '자유'다. 정말이지 통제 광인 주제에 누군가 환경이 날 통제하는 걸 몸서리치게 싫어한다. 그런데 돈이 자유라는 걸 깨닫는 순간 돈의 우선순위가 올라감은 물론 긍정성도 배가 되었다.불법을 저지르거나 남의 피눈물로 일궈 낸 사람들의 부도 존재하지만 그건 일부 사람의 이야기이다.

이제 내게 돈과 부는 성취이자 능력 그리고 자유를 의미했다.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론 아니다. 그러나 돈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많이 가질 수 있다면 좋다. 








3. 난 이제 부자가 될 거야.


최근의 나는 부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니 난 부자가 될 수밖에 없다. 나는 분명 성공하고 큰 부자가 될 거다.

부자가 돼서 필요한 돈을 벌고 빨리 은퇴해서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살 수 있는 시간 부자가 될 거다.



소름 끼치게 진심이다. 가끔은 이 생각이 무너지는 날도 오겠지. 이제까지 살아온 방식이 있으니

나는 어렸을 적부터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부자'란 단어를 뱉어 본 적이 없다. 돈에 관련해서는 언제나 한발 물러선 자세로 나와 격리하며 살아온 인간이다.



그런 인간이 갑자기 33살 부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생각해보니 누군가 부자가 된다면 내가 부자가 되는 게 세상에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고 배려라는 게 있고 성찰을 잘 하는 인간이고 돈을 부정적으로 벌고 싶지도 않고 이타적 마음이라는 게 있으니 나 같은 사람이 부자가 되면 더 좋은 세상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남의 돈 받으며 내 시간을 저당잡혀 사는 게 지긋지긋하다 생각했고 못 해먹겠다. 차라리 굶어 죽겠다고 결심한 게 한 가지 이유


적당히 일하는 게 싫다, 돈에 제한받고 돈 눈치 보기 싫다는 게 두 번째 이유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내가 못할 건 뭐지? 자신의 한계를 정하지 말자고 결심한 게 세 번째 이유였다.



어이가 없는가?

상관없다. 

남들의 시선이나 판단은 어차피 이제까지 내게 큰 도움도 안 되었고 내게 중요치 않다.

항상 날 설득하는 데 가장 큰 시간과 노력이 걸렸다.

날 설득했으니 이건 끝이 난 문제다. 이젠 실행만이 남았다.




물론 아직 난 부자가 아니다. 수입도 변변치 않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이 모든 과정이 부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고 이 기록이 부자가 되어가는 기록이 될 거라는 걸 뻔뻔스럽게 적어놓아야지. 



최근에 있어서 내게 있는 중요한 변화는 최대의 단점이었던 실행력이 생겼다는 거고
더 이상 내게 안 돼. 그건 너답지 않아라는 잠재력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거고

사랑할 때처럼 전력을 다해 적극성을 발휘할 의지와 열정이 생겼다는 거다.



뭐가 됐든 언제가 됐든 나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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