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추위를 탈 수도 있는 거지
며칠 전 당근 마켓 직거래를 하러 나가는 길이었다. 아무리 음악을 듣고 있다지만,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50%였던 핸드폰 배터리가 10%가 되었다. 황당한 얼굴로 핸드폰을 노려보자 마지막 안간힘을 내던 그는 야속하게도 꺼져버린 채 켜지지 않았다. (다행히 거래자는 알아볼 수 있어 무사히 거래했다)
겨울엔 핸드폰을 밖에서 사용할 수 없는 건가? 집 전화도 아니고
오늘 나갈 일이 있어 한참 고민을 하다가 오래전 묵혀 둔 핫팩을 챙겨 같이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핸드폰을 위해서 다행히 핸드폰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저녁에 집으로 가는 길 많이 식어버린 핫팩의 온기를 재가며 핸드폰을 보는데 어쩐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아 핸드폰 액정을 괜히 닦아주고 안주머니에 폭 넣어두었다. 이렇게 조금 신경을 쓰니 너도 여전히 쓸만하구나.
그러고 보니 어릴 땐 추위를 타지 않았지. 겨울에 내복을 입는 것도 이해 안 갔고 손발은 늘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나이가 들어 추위를 타게 되고 겨울엔 늘 두꺼운 털양말, 목도리를 칭칭 감고 장갑을 챙기게 되었지. 따뜻하게 해주지 않으면 나 또한 생존 기제 이외 모든 기능이 멈춘다. 그저 오들오들 손발을 덜덜 떨며 추위가 가시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노화가 되고 효율이 떨어져도 어떻게든 만회할 방법을 찾았으면서 왜 핸드폰에는 그렇게 해 줄 생각을 못 했는지.
기계에 이렇게 마음을 주어도 되나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이건 어쩔 수 없이 기계이고 곧 새로운 폰을 사면 마냥 신날 걸 아니까 오늘만큼은 생명이 있는 녀석처럼 아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