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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Nov 29. 2020

구형 핸드폰 곁에 핫팩을 넣다가

나이 들면 추위를 탈 수도 있는 거지



며칠  당근 마켓 직거래를 하러 나가는 길이었다. 아무리 음악을 듣고 있다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 50%였던 핸드폰 배터리가 10% 되었다. 황당한 얼굴로 핸드폰을 노려보자 마지막 안간힘을 내던 그는 야속하게도 꺼져버린  켜지지 않았다. (다행히 거래자는 알아볼  있어 무사히 거래했다)

겨울엔 핸드폰을 밖에서 사용할  없는 건가?  전화도 아니고

오늘 나갈 일이 있어 한참 고민을 하다가 오래전 묵혀 둔 핫팩을 챙겨 같이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핸드폰을 위해서 다행히 핸드폰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저녁에 집으로 가는  많이 식어버린 핫팩의 온기를 재가며 핸드폰을 보는데 어쩐지 남의  같지가 않아 핸드폰 액정을 괜히 닦아주고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이렇게 조금 신경을 쓰니 너도 여전히 쓸만하구나.



그러고 보니 어릴  추위를 타지 않았지. 겨울에 내복을 입는 것도 이해  갔고 손발은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나이가 들어 추위를 타게 되고 겨울엔  두꺼운 털양말, 목도리를 칭칭 감고 장갑을 챙기게 되었지. 따뜻하게 해주지 않으면 나 또한 생존 기제 이외 모든 기능이 멈춘다. 그저 오들오들 손발을 덜덜 떨며 추위가 가시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노화가 되고 효율이 떨어져도 어떻게든 만회할 방법을 찾았으면서  핸드폰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는지.


기계에 이렇게 마음을 주어도 되나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이건 어쩔  없이 기계이고  새로운 폰을 사면 마냥 신날  아니까 오늘만큼은 생명이 있는 녀석처럼 아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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