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수, 20세기소년
책을 만들고 난 이후부터 언제나 북토크를 하는 순간을 남몰래 꿈꿔왔어요. 게다가 혼자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북토크라면 얼마나 멋질까요?
기획 일을 하면서도 제가 기획한 서비스가 실제로 구체화된 순간을 맞이한 적이 없었어요. 저는 언제나 반쪽자리 기획자였죠. 물론, 언제나 삶을 기획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우리 모두 기획자이고 기획한 모든 일을 구현하는 경험을 지녔지만요.
2021년 여름, 20세기소년에서 20세기 여름을 맞이하며 하고 싶은 걸 다 해봐도 좋다는 공간이 제게도 열렸어요. 신나서 평소 좋아했던 작가님들께 연락해서 보석함에서 보석을 꺼내듯이 라인업을 완성하고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추억으로 기록될까 마음이 마구 설렜죠.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정말 정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라떼 거품을 곱고 균일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이요.
순항중이던 북토크를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결국 취소하게 되었어요.
8월에 상황이 나아진다면 또 기회가 허락된다면 작가님들은 다시 북토크를 열어보고 싶다고 했지만 그건 시간을 기다려봐야 알 수 있는 일이고, 저희가 원한다고 다 할 수 있는 일 또한 아니겠지요.
적은 인원이라도 어떻게든 북토크를 진행시켜보려고 했지만, 작가님들의 우려와 주변 사회 분위기와 무엇보다도 누군가의 '불안'을 점화시키지 않기 위해 공식적인 모든 북토크를 취소하기로 결정했어요. 다른 누구보다도 기획했던 제가 너무너무너무 아쉽네요.
부디 8월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서 조금 다른 방식이 되더라도 새로운 기회로 북토크를 열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또 한 번의 마법의 순간을 기다려보려고요.
아쉬운 마음을 담아 북토크가 예정되었던 7월 28일 수요일 20세기소년에서 Mi Cubano 비대면 전시회를 열어볼까 해요.
혹시나 해서 버리지 못한 Mi Cubano가 존재하게 만들어준 여행 당시 메모와 여권, 책에 실리지 않은 여행 사진과 뒷 이야기가 적혀있는 소책자를 소박하게나마 20세기소년 스튜디오(지하1층)에 전시해 둘 예정이에요. 그날의 음악도 쿠바 분위기가 물씬 나는 플레이리스트를 선곡할 예정이고요. 또 저를 위로했던 Mr. 고릴라 인형도 20세기소년에 데려올 계획입니다. 물론, 저도 그날은 제일 좋아하는 노란 원피스를 입고 20세기 소년에 하루종일 머물며 모히또를 마시고 쿠바를 떠올릴 예정이고요.
이렇게 아쉬운 마음을 담아 비대면 전시회로 저의 북토크를 대신합니다.
혹시 전시회를 보러오실 분들이 있으시다면 7월 28일, 20세기 소년으로 놀러오세요. 또 우연히 20세기 소년으로 놀러오신 분들이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원하신다면 반갑게 아는 척 해주셔도 좋고요. 물론, Mi Cubano 책도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요. 작가 친필 메시지 적기는 덤이고요 (스팀, 스달 구매도 가능하답니다)
매우매우 더워 혼이 나갈 것 같은 날씨지만, 건강 잘 챙기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요.
혹 그날 뵐 분들은 그날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