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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윤 Aug 0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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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대화가 취향

어제는 난생 처음 인터뷰라는 걸 해보았다. 물론 그도 나도 전문 인터뷰어도 뷰이도 아닌데다가 원고료가 쓰이는 것도 아니었지만, 아마 그 어떤 인터뷰 경험보다도 충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던 걸 확실하다. 그는 동생의 친구이자 한 달에 한 번 줌으로 만나는 독서모임의 모임장이기도 하다. 얼굴을 보자마자 낯익어서 무언가 연예인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그외 우연히 클럽하우스에서 만나 대화를 1시간 해보기도 했다.


그의 사회이자 기획으로 열리는 모임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닮은 점이 있으면서도 다른 점도 확연해서 그는 언제나 궁금하고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가 간헐적으로 만드는 독립잡지 인터뷰이를 구한다기에 한달음에 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다. 키워드는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오래도록 방황하고 나름의 하고 싶은 일을 찾은 나로서도 그에게 도움되는 이야기를 해줄수 있지 않을가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어제 막상 인터뷰 사전 질문을 받고 보니...대답이 너무 빈약해질 것 같아 그의 시간을 낭비하는 꼴이 아닐까 걱정되서 장문의 메시지도 보냈지.


아주 정말 친한 친구가 아닌 이상 보통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하며 많이 듣고 내 얘기는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뭐 숨기거나 말해주는게 힘들어서는 전혀 아니고 보통 누가나 자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다른 사람 얘기를 듣는 건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까. 나야 좀 이상한 사람이라 내 얘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진심으로 관심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걸 재밌어하고 좋아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많이 들어주려고 한다.


인터뷰라는 명목이 있어서 어제는 나의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경청하면서 시의적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거나 궁금한 점에 대해 날카롭게 질문하는 그녀의 역량에 역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너무나 즐거운 대화를 했다.


생존을 위한 일에 관해 묻는다면 나는 백수이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각종 사이드잡을 가리지 않고 할 마음은 있지만 운이 좋아서 남은 돈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딱히 돈벌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 게다가 별로 지출이 많이 들지 않는 라이프스타일 (참는 게 아니라 책 몇 권, 커피 몇 잔이면 행복한데다 싱싱한 채소나 곡식도 부모님을 통해 조달 가능)


내 얘기를 한참 듣던 그가 말했다.






스텔라님은 색깔이 뚜렷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이렇게 선명하게 말씀하는 분인데도 불과 몇 년 전까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 고민하셨다는 게 놀라워요.


S님은 제게 열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던 사람인데 대학시절 아무 열정도 없이 순응하며 평이하게 사셨다는 게 놀랍고요.


1년 전에 만났어도 지금 제 모습과 달랐을 거에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모자라지만 이렇게 계속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서 좋네요.






다른 말보다 막 원고도 썼던 참이라 '본질대화'와 본질대화클럽에 대한 말도 많이 했다.



Stella님에게, 좋은 대화란 뭘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대화는 다른 기타 목적 없이 상대를 이해하고 나를 표현하는데 에너지를 온전히 쏟는 대화요. 이야기를 하고 나면 조금은 관계가 진전되는 대화요.




들으면서 다른 무엇보다 걱정되는 게,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많은데요.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거나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사람이 일원으로 들어오게 되면 어쩌죠?


그 부분이 제일 핵심이라 생각해요. 특히나 저같이 지독하게 사적이고 친밀한 커뮤니티라면, 좋은 방법을 찾는 중이고 아직 해결된 건 없지만, 사실 일단은 저의 직감이죠. 이 사람이 나 아닌 다른 사람과도 좋은 대화를 하고 상대방을 존중해줄거라는 확신을 확인해야죠. 저와의 관계와는 별개에요. 저와는 본질대화 하더라도 굳이 다른 사람과 본질대화를 원치않는 사람도 있고,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말하니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거 없네요.





왜 꼭 오프라인이어야하죠? 왜 오프라인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취향이죠, 하지 않는 것보다 온라인이나 화상으로 만나는 것도 좋고 충분히 좋은 대화할 수 있죠. 그런데 비언어적 소통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해도 더 적고요, 하지만 다른 어떤 이유보다도 아날로그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죠. 오늘만해도 S님을 오프라인으로 만나뵙게 되서 너무나 좋은 걸요.





그 외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고, 생각지도 못한 S님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S님은 나만큼 알코올에 취약한 분이라 무알콜 칵테일을 주문해드렸어야 했는데 약간의 소통 미스로 알코올이 들어간 칵테일을 드려 나도 그도 약간의 만취상태... 기분은 좋았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다하고 언제나 항상 좋은 기분이 줄 수 있는 일들을 찾으며 자기자신으로 살자는 말로 마무리! 내일은 온라인으로 독서모임하고 코로나 백신맞고 잠잠해지면 겨울엔 우리 뿐 아니라 다른 독서모임 사람들과 꼭 오프라인으로 만나자고 약속했다.



어제 여러모로 행복하고 충만한 하루였지만 S님의 인터뷰와 대화 덕에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다. 또 이런 하루를 만났으면, 또 이전 메거진은 독립책방에 입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이번 건은 100부 뽑아서 입고하기로 결정(푸쉬 성공!) 기대된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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