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이윤 Nov 29. 2021

실연 후유증

여전히 이별을 극복하지 못한 것 뿐이지.

내겐 진짜 명곡인 제아의 후유증



지금 너는 말이야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실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거지. 이성적으로는 이별을 납득했지만 여전히 감정적으로 혹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거지.


아… 과거를 놓지 못해서 집착 쩌는 미련녀 같은 거 말이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나 혼자 멈춰 있는 거잖아. 운동으로 눈을 돌리거나 강아지라도 키워 볼까? 평소 나라면 잘 하지 않는 행동을 해보는 거지.


뭐. 그게 도움이 될 수야 있겠지. 적어도 거기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과연 다시 혼자 남을 때 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미봉책에 불과하지.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내가 볼 때는 새로운 남친 같은 거 말이야. 물론 지금 이 상황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건 어렵지만.



위의 대화는 남편과 나눈 대화이다. 물론 연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말 찰떡 같이 정확한 비유였다. 대상이 한 개인이 아닌 공동체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지. 연애로 치환해서 보자면 뻔한 레파토리



몇 년 간 몰래 짝사랑하며 조심스레 감정을 키워 온 남자가 사실 나도 너에게 좀 관심이 있었어. 우리 만나 볼래? 오! 세상에 환상적이고 멋진 데이트를 한 달 반 정도 이어갔다. 아주 행복하고 우리는 여러모로 잘 맞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이 사람이 나의 운명임을 의심한 적 없이 우리는 오래오래 아름다운 미래를 그려 나갈 것이라고 믿었던 찰나… 우리 잘 안 맞는 것 같아. 더 좋은 사람 만나. 단호해보이는 그 사람 모습에 마음이 바뀌지 않아서 원만한…(?) 합의 이별을 했다고 믿었다. 여기서 구질구질하게 굴어봐야 서로 괴로울 뿐이니.
그렇게 쿨한 척 안녕- 바이찌엔 하고나서 삶의 모든 의욕을 잃고 동굴로 들어가 마늘을 먹으며 사람이 되보려고...(이건 아닌가?) 노래를 듣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는 건 모두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해. 자극을 줄이려고 SNS도 끊고 사람도 안 만나고 내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괜찮아 괜찮아 나를 토닥거렸고 안 괜찮아도 괜찮아질거야. 우리에겐 시간이 있잖아? 명상도 하고 책도 읽고 여행도 하고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보였어.
그런데 자꾸만 은연 중 마주치는 그 사람 흔적을 볼 때마다 사실 마음이 아팠다. 나는 이렇게 지질하게 지내는데 나랑 헤어지고 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그 앞에서 작아지는 마음. 난 아직도 널 생각하는데 넌 내 생각도 안 하겠지 하다가 그게 무슨 상관 무슨 소용이야. 그 생각에 자책하며 발차기하기. 아 찌질하다...내 자신...



진짜 연애에서는 갑작스레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별에 제법 익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언제나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고 원하는 만큼 충분히 대화를 나눴고 자연스럽게 파도처럼 다음의 관심사를 찾아갔기에 멈춰 있던 적이 없었다. 사실 이별한 후 아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난 지금 첫사랑에 차여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아파하는 초보자나 다름 없다. 유튜브를 검색했다. “이별 극복법” 그 중 와닿는 걸 적어보자면 이렇다.



모든 이별의 본질은 상실이다. 그러니 당연히 아프고 고통스럽다. 설사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내가 괜찮아질 거고 이 이별로 내가 배우고 성장하고 성숙해진다는 걸 뼛속까지 이해해도 슬픔의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다. 공으로 이별을 날치기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별의 심리 과정은 부정-분노-슬픔이다. (죽음의 4단계와 아주 유사하다) 각자의 과정을 억누르는 건 도움이 안 된다. 억지로 웃지도 슬프지 않다고 세뇌시키지 말아라. 다른 이별을 떠올리고 다른 사람들을 보며 이제 애도기간을 끝내야 하는데 한심 해하며 판단하지 마라.



이별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끝났다. 이유가 뭐든 누구의 잘못이든 그래서 날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런 건 이젠 아무 소용없다. 우리는 끝났다. IF 같은 건 묻지 마. 설사 그 IF가 사실이라도 해봤자 끝났어. 네가 뭘해도 이 이별을 없앨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이별은 그저 이별이야. 얼마나 특별하든 어떤 의미가 있었든 얼마나 사랑했든 얼마나 슬프고 얼마나 아프든 상관없이 그저 이별일 뿐이지. 설사 다신 못 만날 특별한 사람이었다고 가정 한들 그 이별이 너의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영구적인 파괴를 의미하지 않고 너의 존재를 앗아가지도 않아. 그리고 이별을 했다고 해서 다음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하지도 않고 너를 단정짓는 것도 아니야. 이별은 그저 이별. 거기 의미부여를 만들고 놓지 못하는 거 뿐이야. 그래도 슬프다면 슬퍼해. 네가 슬퍼하고 싶을 때까지. 슬픈 건 당연한 거지만 절대 하면 안 될 이별 같은 것 또한 없어.


어쩌면 이별이 지독하게 어렵고 슬프다는 건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방증이니 축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뭐... 이미 경험상 알고 있지만 원래 첫사랑과의 이별이 제일 지독하다. 당장이야 무섭고 엄두도 나지 않지만 다음 번엔 더 잘할 수 있겠지.





+보너스 <나의 이별 특> 

사람은 잘 만나지 않는다

사진이나 흔적을 지우진 않는다, 다만 다시 찾아보지 않을 뿐이지.

억지로 바쁘게 지내봤자 별 소용이 없다. 진짜 괜찮아지면 뭐든 다시 하게 된다.

진정 이별을 극복했을 때의 상태라면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고 그 사람에게 고마움과 감사한 게 있지만 앞으로의 인생에 그와의 이별로 인해 불행해질 건 일도 없는 상태

그렇다고 다음 사랑을 안 할 순 없지.

이별겪고 진짜 괜찮아지면 글 씀.

새로 알게된 사실: 별로 안 쿨함.. 집착 쩜.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면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