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연 님의 전시회를 다녀온 후로 나는 소울넘버에 꽂혀 있었다. 소울 넘버를 구하는 건 아주 간단하다. 생년월일을 일의 숫자 8개로 구분해서 더한다. 숫자가 1~9가 될 때까지 각 자리의 숫자를 더하면 된다. 계산에 따르면 나의 소울 넘버는 4였다. 4는 이상하게 어렸을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숫자이다. 아이들이 '죽을 사'와 발음이 유사하다고 기피하는 반면 난 괜히 4가 좋았다. 후에 성찰하면서는 나의 반골기질 청개구리 심보가 투영된 건가 싶었는데 어쩌면 내 소울넘버가 4이기 때문에 친근감을 느끼고 무언가 4에 대한 크나큰 오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여튼 이상했던 건 4의 설명이 나의 성향과 안 맞아도 너무나 안 맞았다. 혈액형도 MBTI 별자리도 애니어그램도 바넘 효과인지 자기 예언 충족인지 뭔지 크게 공들이지 않고도 끼어 맞출 수라도 있었는데 이건 아무리 끼워 맞추려고 발버둥 쳐도... 도무지 나에 대한 설명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면 '에이~ 이건 나랑 안 맞네.' 하면 넘어가면 될 것을 또 이상하게 무언가 내가 모르는 다른 게 있지 않을까란 집착 아닌 집착을.
그래서 소울넘버에 관한 책을 상호 대출을 받아 빌려와서 읽었다. 거기서 소울넘버는 성격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저자도 성격을 유형화할 수는 없고 단지 문맥에 따라 드러나는 것에 가깝다고 말해서 나의 호감을 높였다) 사회 속 역할에 포커스를 맞추는 설명이라고 했다. 그 부분을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책을 빌려왔는데 이전 인터넷에서 찾았던 정보와 4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너무 이상하다 싶어서 외국 자료를 찾다가 알게 되었다.
Master Number라는 게 있다는 걸.
외국의 경우, 단순히 생년월일을 다 더하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생년월일을 합산했다.
일별 숫자/ 월별 숫자/ 태어난 년도/ 구분해서 합산해서 각 1~9로 만든 후 더한다.
물론 많은 경우, 어떻게 더하든 결과 값이 똑같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더한 값이 11, 22, 33이라면 그건 Master Number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마스터 넘버 22에 해당했다. 무언가 쾌감과 속 시원함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라 이걸 찾고 있었단 걸 알게 되었다. 외국 사이트에서 번역기 돌려가면 22에 해당하는 설명을 찾아 읽었다.
4는 안정지향적이며 현실성이 높으며 대세에 따르는 관리자라고 하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무언가를 유지 관리하는 일이다. 이전까지 굳이 이분법적으로 자신을 바라보자면 이상주의나 현실주의 중.. 상당한 이상주의자라고 스스로를 여겨왔고 현실감각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틀을 지우고 생각하면 굉장히 현실주의적인 생각과 계획을 세울 수도 있고, 진지하게 실행한 일 중 끝마치지 않은 건 거의 없다. (완성도의 문제는 차치하고) 현실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여기고 어떻게 반응할지도 예측할 수 있다. 다만 현실의 만들어진 공고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거의 없으며 특히나 그게 부당하거나 비합리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경우라면, 도대체 그걸 왜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단 마스터 넘버는... 해탈한 이후, 자진해서 환생한 영혼이다. 그건 현실 세계에서 이룩할 위대한 과업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과업은 단순히 개인의 욕망을 충족하려는 게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한 일이라고 한다. 22번은 영성적인 부분을 현실 세계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한다.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 현실을 이루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흔히 master-builder라고 불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 에너지를 결합하는 데 좋다.
그런데...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것처럼, 제대로 된 방향을 찾고, 수련하고 목표를 이룰 때까지 삶이 전~혀 순탄하지 않을 것이며 시련과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많은 경우 자신의 큰 이상과 목표에 짓눌려 모든 걸 내려놓게 되고 실패를 매우 두려워하기도 한단다. 이럴 경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삶을 산다고. 다른 말로 리더십과 자신감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과거의 상처와 실제 한계를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집요하게... 집요하게 장기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토정비결이나 사주를 보면 말년운이 좋다고 하는데.. 여기서마저 50대 이상이 되기 전까지 완전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독려받은 메시지는...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꿈이나 이상을 포기하지 말 것. 그거 포기하는 순간 어차피 인생이 무의미해진다고. 개인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게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애초 여기 온 이유가 인류와 공동체의 정신적 진화와 발전에 함께하기 위해 온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공동체적인 목표를 찾고 헌신하는 데 삶의 의미를 느낄 것이라고.
또한 주의할 점은 오만함을 버릴 것
아마도 자신의 능력과 믿음을 신뢰하고 올바른 목표를 찾기 위해 여기까지 끊임없는 삽질을 해온 탓에 현재는 마치 무명의 삶을 살고 있는 마스터 넘버 22번이 아닌가... 결국 그저 혼자 잘 사는 건 답이 아닌가.. 시원하면서도 심난하다. 어쨌든 이번 삶은 묻어갈 순 없나 보다. 앞장서거나 은둔의 삶을 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