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텔라 Jan 30. 2022

알고 보면 개꿈은 없다.

여전히 기억나는 그 시절 꿈의 의미

모든 꿈은 저마다 겹겹의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언제나 꿈꾼 사람을 돕는다. 의미 없는 꿈도 없고 덜 중요한 꿈도 없다. -고혜경




꿈은 오래도록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늘 내가 별 의미 없는 개꿈을 꾼다고 여겼다. 누군가의 꿈은 예지몽이기도 하고 삶에 유의미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내 꿈은 잊어도 무방한, 별 의미 없는 개꿈일 뿐이라 치부했다. 물론, 뒤숭숭한 악몽을 꾸고 나면 하루의 기분이 영 좋지 않고, 현실에는 없을 만큼 강한 색채의 밀림이라도 모험한 날 아침 기분이 괜히 들뜬다는 것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구태여 꿈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따로 기록한다거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여긴 적 없었다. 그저 가끔씩 꿈을 꾸고, 너무 꿈에 의미 부여하지 않고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억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강렬하고 생생한 꿈은 있었다. 





1. 실제 사건의 반영; 꿈은 현실 속 위기를 알려준다.


대학 시절 시험 기간, 전공 시험 준비를 하다가 너무 졸려서 새벽에 깜빡 졸 때 꾼 꿈이다. 


다음날 늦잠을 잤다. 일어나서 부랴부랴 교실로 뛰어가니 시험 시간이 고작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시험은 완전히 망했고 속이 상했다.


깜짝 놀라 일어나 보니 아침 9시였다. 30분 후 시험 시간이었다. 시험공부를 계획했던 것만큼 하지 못 했고 그렇게 망한 전공 시험이 없었다. 이제까지는 늘 계획했던 만큼 공부를 했고, 준비를 다 하지 못하고 갑작스레 시험을 치룬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래도 꿈의 위급한 경고 덕에 시험 시간에는 늦지 않아 다행이었다. 





2. 문제에 대한 해결책; 꿈은 현실 속 골몰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알려준다.


직장 생활 중 프로젝트를 하며 도무지 실마리가 안 풀려서 고민하던 시절에 꾼 꿈이다. 그때 일어나서 잘 때까지 매일 그 프로젝트를 생각했다. 일을 할 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것을 놓지 못하고 거기에만 골몰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이다. 


구체적인 사안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일주일 넘게 정보를 통합해서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방법이 없을까 막막한 감정에 휩싸였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직관적으로 전해지도록 결론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그때 꿈을 꿨고, 깨자마자 '어! 이거다.' 싶었다. 사수님께 이렇게 '스토리 형식으로 정리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고 사수님도 좋은 생각이라고 힘을 실어주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컨펌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상사에게 인정 받고, 내 마음에 쏙 든 보고서가 탄생했다.


그때는 간절히 고민하면 어떻게든 단서를 얻게 되는 거구나 꿈에서도 일을 한다며 신기해했다.





드물게 이런 류의 꿈을 꿨다. 그때까지 기억하는 강렬한 꿈은 거의 현실 세계에서 실제 겪었거나 겪을 일과 연관되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어차피 그 시절 나로서는 꿈을 개꿈이라 치부하고 골똘히 들어다 볼리 없었기 때문이다. 심층적인 상징을 보여주거나 내면세계와 무의식에 관련한 꿈의 메시지를 보내줘 봤자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3. 내면세계 상징; 자아 성장을 위해 고려해 볼 과제


오늘이 되기 전까지 이 꿈이 상징하는 바를 전혀 알지 못했다. 이 꿈은 드물게도 생생한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며칠 이어서 같은 꿈을 꿨기 때문이다.


그때는 대학생 시절이고, 취업과 앞으로의 먹고사니즘에 관련해서 머리 아프게 고민하던 시기였다.


눈앞에 P가 있다(P는 전 남자 친구이자 여전히 몰래 짝사랑하는 상대이다). P는 반쪽 얼굴이 알아볼 수 없이 부어있고 상처로 덮여있고 눈에 눈물이 가득하고 지쳐 보인다. P는 한쪽 다리를 절고 있다. 나는 얼굴이 망가진 P를 바로 알아보고 조심스럽게 다친 얼굴을 어루만지며 걱정한다. 나는 그에게 그래도 넌 여전히 아름답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 꿈을 깨서도 나는 울고 있었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늘이 되기 전까지 나는 그게 단순히 P에 대한 오랜 짝사랑을 의미하고 P가 보고 싶어서 그런 꿈을 꾸었다고만 치부했다. 그러나 꿈은 상징이고 여러 층위와 해석을 지닌다.


P는 현실 속 P가 아니다. 내면 속 투영된 P는 내게 '순수'를 상징한다. 이해관계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주기만 해도 좋은 사랑이자 청춘을 의미한다. 그런 P가 반 쪽이 마비될 정도로 다치고 상처투성이에 지쳐 있다. 그때 꿈이 내게 말하고 싶은 건 단순한 짝사랑이 아니었다. 


앞으로 치열한 현실 속으로 들어가 경쟁하고 첨예한 이해관계와 조직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내게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마음과 내면세계 속 순수함을 잃지 말라는 조언이었다. 아마 망가져서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린 P를 보고도 내가 바로 알아보고 그에게 주저 없이 사랑한다고 말한 걸 봐서, 난 언제라도 지치고 힘들 때면 현실 속 이해관계나 먹고사니즘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사랑'과 '내면의 온전함', '순수한 열정'을 되찾으려 애쓸 거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그러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당시 내면세계나 평온 같은 건 깡그리 잊어버리고, 오로지 일과 직장만 내 세계 속에 남았다. 스트레스를 받고 몸을 전혀 돌보지도 않아 병이 났고, 한 달 월급을 모조리 병원에 쏟아부어야 하는 시기도 있었다. 한계에 도달하게 되었을 때, 미래의 불안함과 불안정 속에서도 다행히 나는 언제나 '나'를 위한 선택을 했다. 스스로를 괴롭히고 예전의 모습을 잃어 자신이 모습이 변한 것처럼 느껴져도 결국엔 나를 알아보고 사랑해주며 회복할 수 있다는 격려를 보내기 위해 그런 꿈을 꾼 게 아니었을까? 





꿈에 대해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던 시절조차 꿈은 언제나 나를 돌봐주었다. 내가 가야 할 길과 방향을 알려주고 자아를 성장하도록 돕는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마저도 묵묵히 그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는 나를 위해 말을 걸었다.


그동안 잊어버린 모든 꿈들이 아쉽다. 그 꿈들은 분명 나를 위해 무언가를 말해주었을 텐데. 그 꿈들은 그저 개꿈이 아니었을 텐데. 이제야 나는 준비가 되었다. 모호하고 다층적이며 답이 없는 무한한 꿈 세계 속, 꿈의 언어를 배우고 꿈과 말하고 꿈과 어울려 살며 그를 내 삶에 받아들일 준비가.



꿈 공부를 한 지 20년 된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삶의 나침반’이라 답하겠다. 나침반은 어느 방향이 북쪽인지를 항시 알려주는, 방향을 알고자 할 때 꼭 필요한 계기이다. 꿈은 삶의 방향을 알려준다. 여기서 꿈이라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이란 온전한 건강, 자아실현, 진정한 나의 발견, 신과 온전히 하나되는 체험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꿈은 매일 밤 꿈꾸는 사람이 조금씩 북쪽으로 향하도록, 즉 영혼이 궁극적으로 돌아가는 자리로 나아가도록 매 순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나의 꿈 사용법, 고혜경, 26p



꿈은 내밀하고 모호하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해석이 안 되기도 하고 너무 개인적이라서 밝히기가 어려운 꿈도 있다. 그러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고 즐겁게 놀이처럼 모험처럼 스스로의 꿈을 이해하고 해석해서 삶으로 녹이는 과정의 일부를 기록하고 공유해보려고 한다. 누군가는 이 개인적인 '꿈 탐험 일지'를 발견하고 그 역시 자신의 꿈을 용기있게 탐험하기로 결정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