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아멜리에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제곱 같은 아멜리에의 인생.
그녀는 날 때부터 빨강이었을까?
아니면 우연한 색채의 합이 빨강이 되었을까
그녀를 감싸는 초록빛을 볼 때 나는 빨강이 초록이란 걸 깨닫는다.
외로운 아멜리아는 물 수제비를 뜨고, 몰래 곡식에 한 움큼 손가락을 집어넣는 아멜리아는 그 덕에 아주 천천히 모든 걸 바라본다. 우연의 신호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아주 작은 소리도 아주 작은 변화도 민감하게 포착하는 안테나가 되어 모든 사람을 바라본다.
아멜리아의 세상은 고요하고 통통 튀고 비밀스럽고 호기심이 가득하다.
아무것도 덧칠되지 않은 아멜리아 그 자체의 빛을 사랑한다.
고요하고 확신에 찬 아멜리아가 흔들리던 유일한 순간,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고 그 사랑을 현실에서 하고자 할 때.
손을 들고 있는 이 남자라고?
-네
소녀가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됐어?
-네
그럼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때야
-그러기 위해선 훌륭한 작전이 필요해요.
이 아가씨는 작전을 꽤 좋아하는군.
-네
해석하자면 그건 용기가 없다는 뜻이지. 그래서 표정을 그릴 수 없었던 거야.
간섭이 너무 심하잖아. 레몽 뒤파옐도 못 참아 주겠어. 만약 아멜리아 원하는 게 자신의 꿈속에 살면서 평생 내성적인 소녀로 사는 거라면 그래도 되는 거야. 자기 인생인데 망치든 말든!
그래도 아멜리에는 울면서도 사랑을 꿈꿔. 아멜리아는 만화경을 지니고 태어난 사랑의 아이거든.
나의 친애하는 아멜리, 넌 유리 인간이 아니야. 직접 부딪치며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 지금 이 기회를 놓쳐 버리면 시간이 흐르면서 네 심장은 내 앙상한 몰골처럼 말라버려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 거야. 그러니까 당장 가서 남자를 붙잡아!
미지의 신비를 만나기 위해서는 늘 용기가 필요해. 심장이 뛰는 무언가를 마주하기 위해서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