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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개 May 08. 2020

시작 (3) 시작은 시작일 뿐 반이 아니다 -박명수 왈

ㅇㅇ 인정

그렇게 나는 페랑디ferrandi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학교들을 놓고 고민하던 당시에는 곧 죽어도 페랑디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수업의 종류와 학교와 같은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가장 매력 있는 선택지 정도? 27살의 나는 충분히 늦은 스타트를 끊었고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현실적인 선택이 최우선이었다. 학벌보단 가지고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한 나이였고 도미닉 세브롱Dominique saibron처럼 학교 하나 다니지 않았던 셰프가 일본에 2번째 매장을 낼 수 있는 업계였다. 어쨌든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나는 페랑디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입학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나의 몇 가지 장점 중에 하나는 인터넷의 바다에서 쓸데없는 자료들을 찾는 능력이다. 하여튼 남는 게 시간이었던 비시의 방 안에서 나는 레딧과 구글, 유튜브를 디깅했고 몇 가지 유용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외국 사이트들은 포럼, 쓰레드 형식이라 옛날 질문에도 최근 답글이 달리는 구조라서 다행이었다. 


결국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고 참고를 많이 했던 사이트는 이곳이었다. 포스트 제목부터가 일단 페랑디에 들어오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언이다. 저널리스트 출신 프랑스 아주머니가 아주머니가 1년 동안 페랑디 입학부터 졸업까지를 일기 형식으로 정리해 놓았는데 유용한 정보들이 정말로 많았다. 지금은 벨기에에서 노 글루텐 파티스리를 차린 듯. 구글맵 평도 나쁘지 않았다. 

 https://uneanneechezferrandi.com/2015/10/06/conseils-a-ceux-qui-veulent-entrer-chez-ferrandi/


원하는 글을 찾으려면 약간의 수고를 해야 했긴 하지만 이 사이트 또한 괜찮았다. 이곳에서는 다른 학교들에 대한 평도 들을 수 있었는데 프랑스인들은 몸의 80퍼센트 정도는 불평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https://www.meilleurduchef.com/fr/forum/apprentis/352380-5814


그리하여 이러저러한 정보들을 취합한 끝에 나는 이 학교에 도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진지하게 입학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박명수의 어록처럼 시작은 시작일 뿐. 내가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다면 세상살이가 얼마나 편해질까. 페랑디의 경쟁률은 내가 들어갔을 때 기준 1:12 정도였고 더 암울했던 것은 다른 학교들과 달리 프랑스인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재수까지 불사할 만큼 열정으로 무장한 프랑스인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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