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IMF의 교훈

by 이도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IMF 사태가 오기 직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 커져만 갔다. 적자를 메꿔야 하다보니까 돈을 어디서 빌려와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신용도로는 좋은 조건에서 돈을 빌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단기외채를 빌려오게 되는데 대기업들은 밀린 대금 결제 등의 해결이 아니라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본인들의 부채비율을 점점 더 높이게 되었다.


그러니까 외국인 투자자들이 요모양 요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아, 이거 한국 환율이 폭등하겠구나’라고 생각해서 투자했던 달러들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달러가 자꾸 나가니까 환율은 더욱 상승했고 결국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외환이 바닥난다. 게다가 당시 한국은행은 외환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고 유동성마저 떨어졌다. 그래서 당시 FRB 엘런 그린스펀 의장이 ‘한국이 외환으로 돈놀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결국 정부는 이나라 저나라(미국, 일본 등)에 돈을 빌리려다가 다 거절당하고 결국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그 시작이다. 그런데 왜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었을까. 첫 번째는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처음에만 해도 가격경쟁력으로 하던 승부가 먹혔는데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결국 가격 메리트가 떨어진 것이다. 두 번째는 낮은 환율이다. 당시 정부는 고정환율제를 운용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국제 경제 시장의 개방으로 변동환율제가 대세이지만 당시에는 고정 환율제를 운용한 국가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고정환율제가 아니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에서는 OECD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 가입 조건 중에 하나가 국민소득 10,000불이었다. 요 조건에 맞추려고 하다보니까 무리하게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조정했다. 즉 다시 말해 원화가치를 무리하게 높여놓은 것이다. 아 과정에서 얼마 갖고 있지도 않은 외화를 시장에 무리하게 풀어놓았다. 암튼 그러다보니 수출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었으며 점차 경쟁력을 상실했다.


환율 폭등으로 시작된 외환위기는 기업들의 줄도산을 불러왔다. 물론 환율이 높으면 수출에 유리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천연자원 등을 수출할 때나 그렇고 우리나라 같이 가공산업 수출 국가에서는 오히려 수입 원자재의 가격을 상승시키므로 오히려 수출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문제는 그 뒤다.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지만 IMF는 고금리 정책을 강요했다. 당시 시중 은행의 금리는 29.5%까지 올라갔다. 경기과열이나 경상수지 악화에 금리인상은 매우 교과서적인 답변이다. 그러나 IMF 금리인상 요구는 환율 그리고 유동성 조정을 위한 금리인상이 아니라 이를 통해 경쟁력 없는 기업들을 도산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결국 이 조치를 통해 3,000여개 기업이 문을 닫았다. 돈을 빌릴 수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공공부문에서만 약 14만명을 해고했다.


이게 가장 웃기는 대목이다. 정부가 잘못하고 기업이 잘못했는데 국민이 그 책임을 떠안았다. 그래놓고는 언론들이 뭐라고 했냐면 IMF의 원인이 과소비라고 했다. 아니다. 오히려 더 소비를 하게 했어야 했다. IMF의 책임을 교묘히 국민들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이 순진한 대중들은 그런 줄 알고 오히려 소비를 줄였고, 국가가 힘들다고 하니까 금을 모았다. 이 모인 금은 외화벌이에 쓰인 것이 아니라 무역 상사랑 대기업이랑 짜고 자기들끼리 해먹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까 한국의 외환위기는 ‘정부랑 기업의 잘못을 국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이것을 마치 국민들이 나라의 위기에 앞장서 해결한 아름다운 사연을 지닌 것처럼 오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빚을 우리는 지금도 감당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 첫째는 국가는 정치적인 논리로 경제 질서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면 안 된 다는 점, 둘째는 기업의 부실 경영이 단지 기업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셋째 무엇보다도 국가의 책임과 국민의 책임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본인의 책임처럼 느껴 목숨을 끊은 가장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왜 국가의 책임에 국민들이 고통 받아야 했으며 지금도 그 고통은 여전한 걸까.


국민들은 죄가 없었다. 죄가 있다면 너무 순진한 탓이었다.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니었다. 여러분들의 부모님들은 더욱 그러하다. 항상 감시하자. 국가를 믿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나름의 의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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