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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급 에이스 Jan 14. 2024

달걀 프라이는 양푼에서 빛난다.

- 박수 칠 때 떠난다는 말에 대한 단상

우리 동지들은 웃을 때 내려간다는 말이 어떤 뜻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사용될 법하다. 

제법 또는 상당히 좋은 평판을 듣고 업계에서 종사하던 나는 큰 건 하나를 해치웠다. 그러고 보니 이제 슬슬 힘에 부치거나 더 이상 이만한 성과는 없겠다 싶을 때, "여러분 이렇게 박수 칠 때 떠나겠습니다."라고 멋지게 말하고 뒤돌아 가는 것이다. 말해 무엇하랴?


동지들, 그런 말을 해보셨는가? 해보신 적이 있다면 그 또한 박수 한번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렇게 아름다운 말이 아니오. 가슴이 움찔움찔하더군.

부끄러운 얘기가 될 수도 있고 약간은 '이자 뭐지, 약간 B급 병맛이 강하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으나 한참 심란해하는 어느 한심한 놈의 넋두리 정도로 그냥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라는 바이지.


긴 이야기 짧게 해서, 

나는 박수 좀 받을 때 떠났거나 지독히도 기분 나쁜 상황에 놓인 적이 있지. 그런 상황으로 인해 살아온 인생의 방식 자체가 고민이 되거나 또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지 한참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지. 이것이 그저 그걸 고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겁고 침대에 누우면 갯벌에 몸이 잠기는 것처럼 나를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그런 고민을 말하는 것이다. 이 짧은 인생에 그런 상황에  이제 2번째로 놓이게 되었다.


첫 번째 박수

그래 잘 나갔다. 억만금을 버는 것도 아니었고 코인이 대박이 난 것도 아니었고 국가 기밀에 준하는 그런 기술을 개발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치열한 B급 회사원의 세계에서 그래도 본 B급 회사원은 잘 나갔다. 나이에 비해 조금씩 빨랐고, 어르신들은 이뻐하셨 더랬다. 그래서 어느 날 이 B급은 이런 말을 중얼거려 봤다. 


 "음 이만하면 뜻하는 댈 되는 걸, 이 생이야 말로 나는 주인공."


동지들 미안하외다. 분명히 말하지만 B급이라고 했소이다. 그랬다. 나는 돌았었나 보다. 그러더니 여차여차 보글보글 뒤집기 하는 일들이 생기더니 어느 날 정신 차려 보니 갑자기 다른 회사에 소속이 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박수를 조심했어야 했다. 


두 번째 박수

세상의 중심에서 B급을 외쳤던 첫 번째 경험에 이어진다. 감사하게도 정말 좋은 회사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일들을 하게 되었다. 비록 새벽을 지키며 수없는 야근이 이어졌지만 이전보다 더 유명하고 나름 세계적이라 할만한 회사에서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버텨보다 보니 박수를 받기 시작했다.


"올해 우리 조직의 주인공은 너였어!" 


쫀쫀하게 밀려오는 B급 감성들. 왼발 오른발 걸음걸음마다 무릎이 쌀짝 굽혀졌다 탄력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하고 나의 턱이 15도 정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배신의 아이콘이 등장하고 나는 달걀 프라이처럼 뜨거운 프라이팬에서 양푼 비빔밥 위로 미끄러졌다. 쓰고 보니 악뮤 가사가 생각나는데 악뮤의 프라이는 본인 뜻 따라가는 멋쟁이고 나는 B급 루저 느낌이다.


그래서 한 며칠 크게 힘들었지. 들기름, 참기름이 온통 나를 범벅하고 나물들이 발목을 휘감자 어디에도 나는 없는 그런 존재와 지난 시간이 사라지는 느낌이었지. 의미로 가득 찬 시간이 갑자기 부정받게 되는 기분을 느껴본 동지는 알 거야. 미안하군 나도 아직 설명이 어려워.


지난 시간을 곱씹으며 아픔을 선사하는데 관여한 그 자들에게 다시 일침을 내가 놓아보겠다고 B급 다짐을 하는 와중에 아내와 이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었다. 또 조언을 듣다 보니 기분이 나빠 토라졌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문제가 있었다. 수많은 B급 둘 중에 B 플러스가 되어서 무엇하리. 날을 좀 더 세워서 튀어본들 잘되면 다행이고 다른 B급의 견제받고 하다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이 되기 마련인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려보겠다고 그렇게 덤볐을까 싶다. 슬프게도 평균 이상의 성공을 꿈꾸기에는 현실적으로 이미 좀 거리가 있었던 것이오. 동지들, 그런데 말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 많은 스트레스를 뒤로하고 이리저리 뒤섞여서 적당히 편하게 살 수 있는 B급이었소이다. 우리는 알지, 평범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런데 이제 그 정도는 도전해 볼 수 있었던 것이오. 대충 양푼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어우러져서 맛깔나게 살아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새로운 고양감이 들었소!


-비벼져 보자-


박수받던 B급 남자는 더 이상 없소! 그들 중 하나가 되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자네 좋게 내가 돕고 다 같이 웃으면 이 또한 좋은 것 아닌가 하는 그런 B 중의 B가 될 작정을 하였소.


그래 내 일이 저 자를 도와도 좋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보면 그것도 행복할 것 같다. 휴가도 좀 내고 여름에 작정했던 유럽 여행은 좀 더 길게 갈 생각이외다.
이리저리 어우러지되 오늘 나의 삶에만 충실하고자 하는 목표를 되새겨 보는 24년 1월, 동지들도 올해 무엇을 하고 싶고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지요. 저는 올해 새로운 프로젝트 시작도 성공도 아니고 다만, 나의 평생을 일을 찾아보고 더 많은 시간을 나와 그리고 아내와 대화하는데 써볼 생각이오. 나중에 좀 더 얘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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