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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유숙 Feb 06. 2019

헐크로 돌변하는 개 발톱 깎기

별별 방법이 안되면 궁여지책으로라도!

나의 착각이자 교만이었다.


29년간 개를 키웠으니 반려견의 특성을 빠삭하게 안다고 자부한 건...


직업상 사람의 심리는 웬만큼 잘 알아도 반려견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를 때가 자주 있는데, 라몽이 발톱을 깎아야 할 경우가 그렇다.

라몽은 '웨스티' 라는 애칭으로도 많이 불리는 '웨스트 하이랜드 화이트 테리어' 종인데, 평상시에는 인형을 좋아하는 애교만점의 귀여운 댕댕이다.


그런데 이 천진난만한 외모가 헐크처럼 돌변할 때가 있다.바로 발톱 깎을 때!

놔라! 놔! 물어버리겠당!

개와 고양이한테 발톱이 예민한 부위라서 발톱 깎는 걸 싫어하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반항도 정도껏 해야지, 이 녀석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입마개를 씌워도 사생결단의 의지로 버둥거리고, 물려고 악착같이 덤빈다. 몇 시간을 붙들고 있어도 진만 빠질 뿐, 발톱 1개를 못 깎는다. 억지로 깎다가 혈관을 건드려 발톱에서 피가 철철 난 이후로는 더욱더...


같이 키우는 루피와 코니는 모두 '10분이면 발톱 손질 완료'인데..

대형견의 순종 모드
냥이의 도도 모드


할 수 없이 라몽이는 단골 동물병원에 맡겼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힌 라몽이가 호흡곤란 증세와 함께 대소변을 마구 싸대니 수의사도, 애견미용사도 발톱 깎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 정도면 죽음의 공포에 맞먹는 스트레스이니 차라리 산책을 매일 오래 하면 어떻겠냐고 권하시면서.


여건상 힘들었지만 발톱이 길게 자라면 발가락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니 시도해봤는데, 며칠 안 가서 포기!

기대만큼의 효과도 없었지만 지면과 닿지 않는 며느리발톱이 대책없이 계속 자랐고, 라몽이가 발이 불편한지 계속 핥아댔기 때문이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고민하기를 여러 날!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일명 '이불미이라 만들기' 작전!

부드럽고 얇은 이불 여러 개를 압박붕대와 고무줄을 이용해 라몽이 몸에 붕대처럼 감쌌다. 이불의 압력으로 버둥거리지 못하게!

그리고 몸을 옆으로 눕혀 발만 꺼낸 뒤 발톱 깎기를 시도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결과는....

10분 만에 발톱 깎기 성공!


때로는 어설프고 무식한 방법이 통할 때가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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