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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유숙 Aug 28. 2018

방탄소년단보다 강한 SNS의 압력

- 지혜롭게 이겨내는 3가지 팁 -

K-Pop의 역사를 다시 쓴 방탄소년단!

빌보드 78년 역사상 최초로 빌보드 앨범 순위 1위를 차지한 한국 가수!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 2년 연속 수상!

빌보드 소셜 50 차트 64주 1위!

트위터 최다활동 남성그룹 부문 기네스 세계기록 등재!

트위터 최다 리트윗 아티스트 1위!  


RM, 슈가, 진, 제이홉, 지민, 뷔, 정국! 이 7명의 멋진 청년이 일궈낸 경이로운 성과는 방탄소년단을 모르는 누가 봐도 "대단한 청년들이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그 예로 힙합과 랩 세대가 아닌 문재인 대통령, 외교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앞다퉈 다음과 같은 축전을 보낼 정도이니.


"노래를 사랑하는 일곱 소년과 소년들의 날개 '아미'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이하 생략)" - 문재인 대통령

"K팝의 새 역사!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 여러분 축하합니다." - 외교부

"이번 성과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우리 멋진 7명의 젊은이들이 그동안 고된 노력과 뜨거운 열정으로 이루어낸 성과이다. (이하 생략)"-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것 말고도 방탄소년단을 향한 찬사는 각종 포털사이트에 넘치고 넘치니 이쯤에서 나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바로 굳건한 팬심으로 현재의 방탄소년단을 만든 '아미' 팬클럽 청소년들의 숨은 노력과 열정, 그리고 '총알을 막는 보이스카웃'의 방탄복도 뚫을 수 있는 SNS의 막강한 압력이다!

지금처럼 방탄소년단이 정상의 자리에 있을 때 칭송과 박수를 보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다. 하지만 2013년 데뷔 시절부터 응원과 격려를 한결같이 보내는 건 진정으로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사랑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 일화를 들어보자!

2015년, 어느 초등학교 6학년 학급 특강 때였다.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신청곡을 즉석에서 받아 활동 음악으로 틀어주는데, 한 여자아이가 방탄소년단의 'RUN'을 자신 있게 신청했다. 그 순간 반 아이들의 동조 반응을 보면 대세 아이돌인지, 인기곡인지 알 수 있는데, 이상한 노래라는 딴지에 밀려 바로 틀어주지 못하고 후순위로 들려준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생생한 기억은 'RUN' 노래가 나오자마자 행복한 표정으로 노래 감상에 들어간 여자아이의 밝은 기운이 주변을 물들였는지 "노래 괜찮네?"로 분위기가 바뀌어 들썩들썩 흥에 겨워진 교실 풍경이다.


아마도 '아미' 팬클럽 회원일 가능성이 높은 그 여자아이는 예나 지금이나 순수한 팬심으로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흙수저 이든 금수저 아이돌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이후에 강의 또는 상담현장에서 만난 학생이자 방탄소년단 팬도 대부분 그랬다. "우리 오빠들을 세계 1위 자리에 올려야지!" 하는 야심으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것이 아니라 뛰어난 춤과 노래에 담긴 그들의 진심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다 보니 지금의 엄청난 결과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생각!

소셜 미디어 시대를 맞아 연예인부터 일반인, 기타 다른 분야 종사자들까지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용이 필수처럼 되어가고 있는 시대인데,  그럼 이 많은 수의 SNS 사용자들은 과연 자유롭게, 부작용 없이 SNS를 사용하고 있을까?  


칼답의 압력이 부모의 체벌보다
무서운 소녀 이야기

내가 사는 동네에는 보기 드문 여자중학교가 있다. 미니스커트 같은 교복 치마와 어른 뺨치는 화장, 자유로운 헤어스타일이 흔한 요즘에 전교생이 하나 같이 무릎담요 같은 체크 치마에 민낯, 그리고 새까만 단발머리를 하고 다닌다. 마치 집단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엄격한 규율 때문일 거라고 추측은 하지만 볼 때마다 ‘저 학교는 반항아도 없나?’라는 신기한 마음이 들곤 했다. 어느 학교나 규칙에 저항하는 자유분방한 영혼의 소유자가 있게 마련이고 학생 때 내가 일명 '날라리'였으니까! 여하튼 나에게 ‘ㅇㅇ여중생은 반듯한 모범생!’으로 각인되었고 왠지 만날 인연도 없을 것처럼 느껴졌다. 수미가 나의 상담실을 찾아오기 전까지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 수미(가명)와 스마트폰 과의존 초기면담이 있던 날!

단정한 인상의 엄마랑 함께 온 수미는 사복을 입고 왔지만 보자마자 ‘앗! 그 학교?’를 떠올리게 하는 차림새였고, 내 예상은 역시나 맞았다.

“ㅇㅇ여중 다니나 봐요?”

나의 질문에 살짝 놀란 수미 엄마가 되물었다.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그렇게 보여요. 모범생처럼!”

순간 수미 엄마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부인했고, 옆에 앉아있던 수미는 뜨끔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네. 근데 애 모범생 아니에요.”

“어째서요?”

“스마트폰을 어찌나 하는지 절제가 안된다니까요. 특히, 친구랑 카톡 할 때는 차려준 밥도 제대로 못 먹어요. 답장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

수미를 슬쩍 보니 미안한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내가 만난 학생 중에 보기 드물게 순하고 착한 딸 같았다. 보통 이럴 때는 불만 가득한 눈으로 엄마를 노려보거나 항변을 하는데...

수미 엄마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스마트폰에 미쳐 애가 어떻게 된 것 같아요. 그만 하라고 해도 계속하고 뺏으면 안절부절못하고. 항상 손에 끼고 살아요”  

수미의 고개가 더 내려갔다.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엄마는 그런 딸을 곁눈질로 보더니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어제 결국 사건이 터졌어요. 애 아빠가 몇 번이나 경고했거든요. 밥 다 먹고 하라고. 근데 알았다 해놓고 카톡만 오면 계속 답장을 하는 거예요. 뭐에 홀린 애처럼. 그러니 아빠가 화가 나지 안 나겠어요? 갑자기 애 핸드폰을 뺏어서 벽으로 내던지더라고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점잖은 부모도, 온순한 수미도 변한 게 만든 스마트폰의 위력은 도대체 무엇일까?

바로 칼답의 압력이다! ‘칼답’이란 ‘칼같이 답장하다’라는 뜻으로 문자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언제부터 ‘칼답’이란 용어를 썼는지 불분명하지만 즉시 전달과 응답이 이루어지는 메신저의 특성과 빠르고 즉각적인 소통을 원하는 요즘 세대의 니즈가 부합된 건만은 분명하다.

그럼 수미는 왜 칼답의 압력에 시달린 걸까? 수미의 고민을 들어보자!


작곡가를 꿈꾸는 수미는 방탄소년단의 열렬한 팬이었다. 멤버 전원이 랩, 보컬, 작곡, 작사가 가능한 방탄소년단을 롤모델 삼아 꿈도 키우고 아미 팬클럽활동도 열심히 하고 학교생활도 나름 성실히 하니 친구가 많았다. 카톡에 등록된 프렌즈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았으니까. 그런데 이게 화근이었다. 몇 분 사이에도 수 십 수 백 개의 메시지가 올 수 있는 카톡 세상에서는 적당히 대화를 이어가다 멈추고 때로는 피하는 요령이 필요한데, 수미는 착한 성격상 그러질 못했다. 받은 메시지를 최대한 빨리 읽어주고 일일이 답하는 것이 프렌즈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고 시간 나는 대로 카톡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관리도 틈틈이 해야 하니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어요."라고 한 수미의 넋두리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그렇게 시간이 모자란 나날을 보내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피아노 레슨이 급하게 시작돼 친구가 보낸 카톡 문자를 보고도 바로 답변을 못했는데, 침묵의 의미를 무시로 오해한 성질 급한 친구가 수신차단을 해버린 것이다. 사정사정해서 친구의 오해를 풀긴 했는데, 그 일 이후로 수미는 칼답에 대한 강박증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혹시나 문자가 왔나 해서 수시로 카톡을 확인하고 바로 답장을 보내야만 안심이 되는...

실제로 수미는 상담 중에도 불안한 듯 스마트폰을 계속 만지락 거렸고, 답장을 안 해도 이해받는 학교 수업시간 이외에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심지어는 잠자리에서도.


상담 결과, 수미는 칼답에 대한 강박 증세가 있는 것으로 진단되었다. 더불어서 장시간 사용으로 인한 시력저하와 손목터널 증후군(손가락을 과도하게 사용해 부은 힘줄이 손목에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느키고 정교한 손동작을 하기 어려운 증세)도 있었다. 피아노 연습에 지망을 줄만큼!


치유방법은 우선적으로 칼답의 부담감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수미의 부담감은 지나치게 착한 성격과 또래의 동조 압력(peer pressure)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미 같은 10대 청소년 시기에는 또래집단의 압력이 부모의 꾸지람과 체벌보다 강력하다. 비슷한 또래들 안에 속하고 싶은 욕구가 매 우 강한 시기라서 부모보다 친구의 인정과 존재가 중요한 것이다. 오죽하면 수미가 이런 말을 했을까?


 “엄마 아빠한테 혼나는 것보다 친구들한테 소외당하는 게 더 무서워요.”


 SNS가 만든 압력의 덫에 걸린 사람들
출처-중앙일보 2015년 1월 24일 기사 이미지

SNS의 압력에 시달리고 지친 나머지 스트레스를 비롯한 각종 문제를 겪고 있는 건 수미 같은 학생의 경우 만은 아니다.


어느 날 대기업을 다니는 30대 직장인이 나를 찾아왔는데, 알 수 없는 불안과 긴장성 두통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했다. 상담을 해보니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업무지시 메신저가 원인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교사들은 퇴근 후에도 줄기차게 오는 학부모와 학생의  연락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딴 세상 이야기이고, 부모 또한 인간관계 유지와 아이 관리를 위해서는 SNS 사용을 싫든 좋든 해야 한다. 그럼 업무지시를 내리는 부장급 이상의 중년 세대들은 SNS에서 자유로울까? 아니다. 생소하기 그지없는 SNS를 할 줄 모르면 젊은 팀원과 소통하지 못하고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으니 기를 쓰고 하는 것이다. (편을 좀 들어드리자면.)


SNS 사용에 능통하고 비교적 자유롭게 즐기며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SNS가 연동되면서 사생활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세상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생활이 파헤쳐지고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오죽하면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네티즌들이 대동 단결해서 누군가의 신상 털기에 나서면 못 터는 신상정보가 없을 정도로 신상 털기 기술이 어마 무시하다는 말도 있을까?  

이쯤 되면 스트레스와 부작용에 관해서만은 SNS의 압력이 방탄소년단의 파워보다 세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SNS의 압력을 지혜롭게 이겨내는 방법은 뭘까?

 

첫째. SNS 사용자 모두가 'SNS 사용을 덜하면 인간관계에서, 사회적 관계에서 멀어지지 않을까?'하는 심리적 불안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서로의 합의적 노력이 필요한데, 동조 압력 하지 않기, 메신저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없어도 기다려주는 배려심 등이다.


둘째.  카톡 메시지 왼쪽 숫자가 사라져도 또는 사라지지 않아도, 답을 늦게 보내도 프렌즈가 당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기다리게 하는 요령 발휘다. 예를 들면, 개인 톡이나 단체 톡방에서 잠수 타기 전에 그 이유를 센스 있게 알려놓은 뒤 몰아서 묶어 답하기, 일부러 칼답을 하지 않아 상대방에게 당신 이미지를 '원래 반응이 한 템포씩 늦는 느긋한 사람'으로 인식시켜 놓기 등이 있다.  


셋째. 이왕 SNS를 사용할 거라면 과도한 업무지시, 비난, 비판, 무차별적 인신공격, 악의적 댓글 말고 자존감을 올려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격려의 선플, 공감의 언어, 위로의 글을 주로 쓰면 어떨까?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생긴 스트레스 때문에 지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4부작에 걸쳐 사랑과 자아 찾기에 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음반 수록곡의 절절한 가사처럼!


"사랑은 즐거운 말을 먹고 자란다."라고 한 시인 오비디우스의 말처럼!


상대방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담긴 언어는 SNS라는 사회 관계망 안에서 만나는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지혜라는 걸! 잊지 말고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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