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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르쮸 Mar 15. 2023

1. 그래도 퇴사한다.

퇴사를 갈망한 자

2018년 12월 입사.

2023년 3월 퇴사.


만 5년 차에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그것도 공공기관을.



여느 때와 같이 새벽 3시경에 잠에서 깼다.

동이 트기도 전 매일 새벽 3시경 잠자리에서 뒤척이나 결국 잠에서 깬다.  

다시 잠드려 노력해 겨우겨우 눈을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말똥말똥해진 상태로 새벽을 보내곤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새벽에 잠이 깨버리는 이 나날들이

생각해 보면 회사에 입사한 후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잠을 자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요즘 세상 남들이 다 부러워한다는 공공기관에 입사해 부러움을 받았지만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었고, 회사업무라는 속박 속에서 자유는 더 이상 없었다.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 끝이 보이지 않게 쌓여만 가는 업무들, 매번 예기치 못한 상황들의 발생, 일요일만 되면 온몸에서 도지는 월요병..


하루하루가 똑같고 그 무한반복되는 삶 속에서 항상 불안함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다음 날에도 출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몸과 마음은 지쳐갔다.


이렇게 30년을 더 다녀야 한다고....?
이 생활을 30년이나 더 해야 한다고....??

언제부턴가 이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일어나더니 앞으로 30년을 더 다닐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징글징글하고 진절머리가 났다.

난 승진 욕심도 없고 더 군다 회사일을 사랑하지도 않으며 일말의 애정도 없었다.

물론 취업난 속에서 나를 뽑아준 회사에 감사함은 있었다. 한때는.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함은 점점 실망감으로 뒤덮이고 그냥 '돈을 주니 다니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런 곳을 앞으로 30년이나 더 다녀야 한다니 지긋지긋했다.

이렇게 30년을 더 다닐 바에 '30시간 후면 60살이 되어 빨리 쉬고 싶다'라는 생각만 수천 번 했다.


내 젊은 시절이 빨리 사라지길 바랐다.

'하루하루가 아까운 이 젊은 시절을 빨리 보내버리고 쉬고 싶다'라고 생각하다니..

나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이없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왜 이렇게 매일매일이 힘들고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왜 이 세상에 태어나 인생의 3분의 1을 출근과 동시에 파란 하늘 한번 보지 못하는 회사에 갇혀 지내야 하는 걸까'

('인생의 3분의 1을 회사에서 보낸다'라고 생각하지만 취업 준비를 위한 시간까지 따진다면 대략 인생의 3분의 2는 회사를 위해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로 가득한 어느 날,

'내 젊은 시절을 이렇게 보내버려도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으로 내 나이 서른 살.

나는 퇴사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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