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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모도로 Mar 25. 2023

8. 아프면서까지 할 필요 없어.

삶을 붙잡아 준 나의 1 호팬 엄마 그리고 나의 가족

올해 1월과 2월, 나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였다.

퇴사를 조금 더 부추기는 기폭제가 되었거니와

정말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했던 시간들이었다.




연초 대거 부서이동이 되면서

우리 팀도 새로운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기존 1년을 먼저 이 팀에서 보냈던 나는

나머지 팀원들이 바뀌면서 자연스레

이 팀에 가장 오래 일한 사람,

이 팀에 대한 일과 구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


공공기관을 다닌 사람들이면 아마 알 것이다.

부서이동, 순환근무를 하면서 나조차도 몇 개월, 몇 년밖에

안된 해당 팀의 초짜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이동 대상자가 아니어서 남아있다는 이유로

기존의 업무와 구조를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이와 같은 구조에 나도 정작 이 팀에서,

정확하게는 이 라인에서 일한 것은 6개월뿐이었지만

사업에 대한 주요 담당자가 되었다.




모든 일에 성격이 급하고 스트레스와 면박 주는 것이

일상이며 매번 자리에서 내쉬는 한숨과 짜증으로

팀의 분위기를 망치는 팀장과

사업에 대한 파악이 너무 느려 사업을 이끌어갈 능력이

부족하며 대신 사람 좋은 척으로 은근하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차장 사이에서

나는 내 삶을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매일매일이 두려웠고 회사 가는 것이 슬펐다.

다들 하나같이 나만 찾는 것도 싫었고

나한테 업무에 대해 자꾸 따지는 것도 싫었다.

정말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울했고 외로웠다.

아침에 눈뜨면 울었고 퇴근하고 또 울었다.

동기들의 얼굴을 보면 왈칵했고

입맛은 잃어 점심 굶기를 반복했다.


일기를 썼다.

모든 것이 부정적이었고 버티지 못하는 내가 싫었고

자책투성이었다.

출근하면서 퇴근하면서 무슨 일이 생기길 바랐고

낭떠러지 끝자락에서 위태위태하게 버티고 있었다.


이런 나날들에

주말에 서울에 가도 기쁘지가 않았다.

아빠, 엄마를 봐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매주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도 나의 이런 변화에 심각성을 느꼈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정신의학과를 갔다.


상담을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런 공황장애나 우울증으로

병원을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식이었다.

우선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버티면서 먹다 보면 점점

나아질 거라 했다.


난 당장이라도 내일을 잃을 수도 있는 사람인데
이렇게 버티라고만 이야기해 주는 게 끝인가?


당시 나는 마지막 구원일 것이라 생각했던 병원에서도

희망을 잃었다.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엄마한테 말했다.


난 당장 내일이 힘든데 버티라고만 해 엄마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딸, 힘들면 그만둬도 돼
아프면서까지 일할 필요 없어

엄마는 나만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몇 년 전부터 퇴사하고 싶다 이야기한 것을 기억하며

나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지금 이렇게 힘들 때 더더욱 그 마음을

깊이 이해하셨던 것 같다.


엄마도 나만큼 힘들었겠지, 아니 그거보다 더



그렇게 나는 '딸의 행복을 찾아주기'로 한

엄마의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엄마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에

제1호 팬이 되어 활동 중이다.


브런치에 작가가 되어 글 쓰는 이 공간에서도

엄마는 누구보다 제일 먼저 좋아요를 눌러주신다.

블로그도 인스타툰도 매일매일 들어가서 보신다.


그렇게 나도 나의 팬을 위해

조금 더 힘을 내어 살아간다.

엄마는 딸이 행복하길 바라기에 그리고

그 사랑이 나를 지탱하기에

내가 더 잘 살아가야 한다 생각한다.


이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내가 겪은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게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는 큰 힘듦이었기에 사람마다 겪는 힘듦은

그 기준과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넌 그런 것도 못 버텨?', '넌 그것밖에 못해?'라는

식으로 자신의 기준에 맞춰 쉽게 판단하고 평가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나도 그랬다.

내 기준으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낮춰보았다.

그러나 그런 기준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던

이전의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반성한다.


또 하나

삶을 포기한다는 것은 자칫 삐끗한다면

한순간에 우발적, 자발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손을 잡고 이야기해 주길 바란다.


"당신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일이 행복한 삶은 꼭 찾아올 거예요.

힘들면 그만해도 됩니다.

그러니 삶은 제발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마지막으로 오늘 나의 글이 조금 많이 우울하고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꼭 남기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


엄마의 말 한마디 한다미로 내가 다시 기운 낼 수 있었고

엄마와 함께 아빠와 남편도

나만 생각해 주기로 결정하고 응원해 주었다.

가족들의 사랑으로 나는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찾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새로운 여정에 가장 큰 힘이 돼준

가족들에게 고마움과 감사함을 잊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인생에 또다시 힘듦이 찾아온다면

이 글을 통해 좀 더 성장하여 유연하게 대처하고 싶기 때문에

이 글을 꼭 남기고 싶었다.


항상 가족들에게 감사하며

살아간다는 건 행복하고 소중한 것이라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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