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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모도로 Mar 30. 2023

9. 조금 쉬어도 돼, 조급해하지 마

나의 마음을 울린 이야기


나의 퇴사 이야기를 들은

회사 선후배분들과 동기들, 그리고 내 친구들은

모두 나를 축하해 주었다.


갑작스럽게 예고 없이

퇴사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결론은 '잘 결정했어',

'퇴사까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 고생 많았어. 축하해!'였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울린

의외의 인물들의 감동 이야기들도 있었다.




작년 6개월 정도 같이 일했던 차장님께

나의 소식을 전했다.


차장님께서는 큰 눈을 더 크게 뜨면서

'00아! 정말?'이라고 운을 띄우시더니

곧이어 축하의 말과 함께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셨다.


00아, 올해 내가 들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분 좋은 이야기야.


차장님께 솔직하게 지금 이런 상태에, 이런 마음에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다 했고

아마 퇴사하고 나면 후회도 있을 거고

두려울 수도 있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 번 해보고 싶다 했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으시던 차장님께서는

사내연애해서 결혼한 현재 와이프에게

퇴사하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

해보라고 이야기하신다고 한다.



나도 00 이한테 퇴사하라고 해.
내가 돈 벌면 되지. 00 이는 나이도 아직 젊으니
할 수 있을 때 하면 좋겠다 생각해.


그렇다.

차장님께서도 집에 가면 항상 이야기하신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는 게 좋다고.

설령 하고 싶은 게 없어도 이것저것 하다 보면

길은 찾게 된다고.


차장님도 30이 넘어서까지 뭘 할지 고민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이 회사에 서류를 접수했는데

그게 잘돼서 붙어 들어왔다했다.


본인 나이 40살쯤

이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와 지내게 되었고

그럭저럭 자신은 다닐만해서 다니는 거라고 했다.


그러나 와이프는 본인처럼 이곳에서

그냥저냥 다니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라 한다.

능력도 있고 좋아하는 것도 있으니

다른 일을 찾아도 늦지 않은 시기라 했다.


차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편으론 나를 응원해 준 남편 생각도 나면서

차장님의 이야기에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마음이 울렁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절대 조급해하지 마.
조급해할 필요도 없고. 당분간은 쉬어.


그래,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퇴사를 결정하고 홀가분한 마음도 크고

앞으로 무슨 일들이 펼쳐질지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한편으론 '당장 일을 하지 않는 것에

조급함이 몰려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마음을 편하게 해'라고

이야기해 줄 사람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동기들, 친구들 모두 그랬다.

"00아, 푹 자고 푹 쉬고.

당장 일 안 해도 돼. 우리 쉬면서 생각하자"


다들, 모두들 힘들게 살아온 걸 안다.

다른 회사지만 사회생활하는 친구들도,

같은 회사여서 더더욱 그 힘듦이 이해되는 동기들도

우리 모두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힘들 것이다.


자신들의 삶이 힘들고 피곤해도

누군가가 그 힘듦을 그만두고 퇴사를 할 때,

부러울 순 있지만 그래도 한 없이 기쁘게 축하해 주고

응원해 주는 마음들이 너무 고맙고 고마웠다.


그리고 의원면직이 뜬 날,

다른 팀장님께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왔다.



감동이었다.

같은 팀으로 일해본 적은 없지만,

이런저런 다른 업무로 도움을 주고받았던 팀장님이었고

그러한 일전의 일들로 좋게 생각해 주셨다는 것이.

그리고 응원해 주시는 그 마음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여러 인연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회사에서 만난 인연들이

생각보다 오랜 기간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더욱이 만약 계속 회사를 다녔다면

인생 3분의 1 정도는 같은 추억을 쌓게 되는,

나의 인생에 생각보다 깊게 관여되는 인연이 될 것이라는 것도 최근에서야 느끼게 되었다.


이로써

회사와도 헤어지고 회사 사람들과도 헤어지게 되지만

힘든 기억은 경험으로 남기고

앞으로는 연이 되어 만났던 사람들의 '응원'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고자 한다.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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