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문이 필요한 시간
아이들은 어느새 하늘을 향해 얼굴을 쳐들고 따사로운 다리미처럼 뺨에 와 닿는 태양을 느끼며 달렸다. 아이들은 겉옷을 벗어던지고 팔뚝에 태양 빛을 쬐었다.
"태양등보다 훨씬 좋다. 그치?"
"훨씬, 훨씬 좋다!"
⟪온 여름을 이 하루에⟫
미문 | 레이 브래드버리
레이 브래드버리는 미래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시를 짓는 작가라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미문의 SF 소설가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상상력 또한 시와 비슷해 그것이 디스토피아적인 설정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아름다움'은지워지지 않죠.
마치 어느 영화에 나온 대사, "나를 파괴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말이 정확히 어울리는 작가처럼 보입니다.
그런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 소설 중에는 ⟪온 여름을 이 하루에⟫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옵니다. 그래서 이 세계의 사람들은 태양을 본 기억이 거의 없죠. 여기서 '거의'라고 말하는 것은 그래도 몇 년에 한 번 구름이 개고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는 찰나의 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의 사람들은 이 날을 축제처럼, 구원의 날처럼 기다리곤 하는데요. 태어나서 단 한번도 태양을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온 설렘을 다 모아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간절히 기다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왔을 때. 처음 태양을 본 아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들은 어느새 하늘을 향해 얼굴을 쳐들고 따사로운 다리미처럼 뺨에 와 닿는 태양을 느끼며 달렸다. 아이들은 겉옷을 벗어던지고 팔뚝에 태양 빛을 쬐었다.
"태양등보다 훨씬 좋다. 그치?"
"훨씬, 훨씬 좋다!"
이 아름다운 문장 뒤에 레이 브래드버리는 감추고 있습니다. 당연한 것들이 사라진 세상을. 이 세상이 그리 낯설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그건 우리 역시,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겠죠. 코로나의 시기.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어버린 그 시절을 말입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며 다시 레이 브래드버리가 만든 이 세계를, 이 미문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당연한 것이야말로 간절한 마음을 모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나요?
그렇다면 지금 바로, 나에게 가장 당연한 것들. 그것들에 온 마음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