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딸가진 아버지에게 전할 미문❞

미문이 필요한 시간

by 최동민


❝하지만 제발, 괜찮다면,

불쌍한 네 아빠를 생각해서, 문은 10cm만 열어 놔라❞


⟪기묘한 이야기⟫

미문 | 짐 호퍼




아버지가 된다는 것. 그것은 쉽지 않은 과제 입니다. 그레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어느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잖아."라는 말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것이겠죠.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서도 그런 과업을 받아든 한 아버지가 나옵니다. 짐 호퍼라는 이 인물은 과거, 가족을 잃고 그 기억에 발목이 잡힌 채, 되는대로 살아가는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인생을 완전히 놓아버린 것은 아니지만. 비어버린 집처럼 공허한 마음 속을 어쩌지 못하는 나약한 남자 입니다.



그런 그에게 한 아이가 다가옵니다. 초능력을 가진 죄로, 외톨이가 되어야 했던 소녀 엘. 짐 호퍼는 그 여자 아이를 만나고, 구하고보듬어주면서 자신의 품으로 감쌀 수 있는, 자신의 품으로 감싸야 하는 존재가 아직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역할을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다는 욕심, 한동안 잊고 살았던 삶의 동력을 되찾습니다.



그렇게 엘은 짐의 딸이, 짐은 엘의 아버지가 됩니다.


제대로 된 아버지. 다시금 그 미션을 전달받은 짐은 가능한한 완벽한 아버지가 되려 애씁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지나친 혹은 귀여운 과보호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속에서 성장한 엘은 남자친구 마이크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있으려 하죠. 짐은 그것이 마냥 못마땅합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시선 안에 엘을 두려고 애쓰죠.



하지만 그것이 헛된 기대이자 쓸모없는 바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모든 부모와 자식이 그렇듯, 시간과 성장이란 단어는 두 존재를 각기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곤 하죠. 짐과 엘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때, 짐은 엘에게 이런 미문을 전합니다.



❝하지만 제발, 괜찮다면, 불쌍한 네 아빠를 생각해서, 문은 10cm만 열어 놔라❞



이 말은 엘과 마이크가 집에서 데이트를 할 때, 문을 잠그려는 두 사람에게 짐이 말버릇처럼 했던 귀여운 요청이었는데요.


엘에게 이 말을 미문이라 말한다면 "대체 어디가 아름다워!?"라고 되물을 게 뻔하죠.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이 말이에요.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알 게 될 것입니다. 저 문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이죠. 물론 그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일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보죠.

세상의 모든 아버지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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