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전할 방법을 잊은❞ 너에게 줄 미문

by 최동민


❝난 너한테 날마다 편지를 쓰기로 했어.

그러면 꼭 네가 곁에 있는 것 같으니까.

바람이 내 편지를 날라다 줄 거야.❞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미문 | 고티에 다비드, 마리 꼬드리




언젠가 뮤지션 김창완 씨가 이런 말을 한 걸 기억 합니다.

"지금은 음악이 너무 흔해져버렸다."

그러면서 김창완 씨는 몹시 씁쓸한 표정을 지었던 것을 기억 합니다.


글은 어떨까요? 책은? 이야기는? 또 어떨까요.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다, 영상의 시대다... 라는 말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지금. 하지만 역사적으로 본다면 지금보다 책이 많았던 시기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글이 넘쳐나는 시기도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글을 씁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업무를 위한 보고서부터 공부를 할때도 글을 쓰죠. 그뿐인가요. SNS와 톡, 메시지까지... 하루에 쓴 글을 모두 모으면 놀랄 정도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루 내 써내려간 글. 그 글 중 진심을 다한 단어는 몇 개인지, 고르고 골라 완성한 글은 몇 줄인지 세어보면... 그 양도 많을까요? 아마 꼭 그렇지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 합니다. '휘발'의 성질 때문인지 SNS나 메시지의 글은 너무나 손쉽게, 또 흔하게 쓰여지곤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반복은 글을 쓰는 이에게도, 받는 이에게도 일종의 내성이 생기게 만들죠. 그래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진심을 담은 글, 시쳇말로 마음이 가득 담긴 오글거리는 글을 쓰려하면 나도 모르게 자기 검열을 해버리고 맙니다.


상대는, 그 글을 몹시도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죠.


그럴 때, 이 미문을 꺼내 봅니다.


❝난 너한테 날마다 편지를 쓰기로 했어.

그러면 꼭 네가 곁에 있는 것 같으니까.

바람이 내 편지를 날라다 줄 거야. ❞


이 미문은 깊은 우정을 나눈 곰과 철새의 이야기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라는 그림책에 나옵니다. 철새는 날씨에 따라 이동해야 합니다. 그래서 친구가 된 곰의 곁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죠. 곰은 그런 친구에게 이런 결심을 합니다. 세상 끝에 있는 친구에게, 매일 편지를 쓸 결심을 합니다. 곰이 많은 글 중에서도 '편지'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편지야말로 단어를 고르고 골라, 마음을 고르고 골라 담아야 하는 그런 도구니까요.


글이 흔해져, 그래서 내 마음도 흔해져 버린 것만 같은 순간.

그런 순간에 '편지'를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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