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선물을 받지 못한 단 한 명의 아이를 위하여
눈 덮인 깜깜한 들과 산을 군말 없이 걷기 시작한다.❞
⟪선물 하나가 놓이기까지⟫
미문 | 김상혁
김상혁 시인의 책 <선물 하나가 놓이기까지>에는 수많은 작품 속 해피엔딩이, 그리고 그 행복한 결말을 향해 가는 새드한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산타가 있습니다. 그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1년 중, 하루치의 행복은 보장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한 아이가 선물을 받지 못합니다. 단 한 명의 아이만 말이죠.
이 이야기는 존 버닝햄의 <크리스마스 선물>속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가 이대로 끝난다면 세상에 단 한 명,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못한 그 아이는 새드 엔딩을 맞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산타가 움직입니다.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썰매를 끌어주어야 할 순록은 길에서 먹지 말아야 할 뭔가를 주워 먹어 크게 탈이 났고, 크리스마스의 날씨란 게 으레 그렇듯이... 눈은 멈출 줄 몰랐죠. 게다가 선물을 받지 못한 하비 슬럼펜버거의 집은 '롤리폴리산' 꼭대기에 위치한 오두막에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포기하면, 눈 감으면 딱 좋을. 그런 상황인 것입니다.
하지만 산타는 길을 나섭니다. 눈 덮인 깜깜한 들과 산을 지나, 아이의 집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아침이 오고, 아이는 양말 속에 담긴 산타의 선물을 꺼내고 행복의 미소를 짓습니다.
존 버닝햄은 그 장면을 한 장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김상혁 시인은 그 그림과 글을 시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채, 우리에게 해피엔딩을 건넵니다.
여기서, 산타의 걸음을 생각해봅니다. 산타는 무척이나 힘들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릅니다. "내가 선물을 돌린 아이들이 몇인데... 하나쯤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벽난로 앞에서 장작 하나를 더 집어 넣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추위와 고통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산타는 한 사람의 해피엔딩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감내합니다. 그 위대한 희생은 분명하고 확실한 행복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좋아하는 '해피엔딩'을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이런 희생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할아버지, 연인과 친구까지... 나에게 해피엔딩을 만들어준 그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받은 행복의 경험은 놀랍게도 내 안에서 재가공 되곤 합니다. 그리고 다시 전해지죠. 나의 아이, 나의 연인, 나의 친구에게 말입니다.
세상은 어쩌면 그렇게 유지되는 것일지 모릅니다. 고난과 해피엔딩. 그것을 주고 받고 나누는. 그 과정을 통해 유지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