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에 충실하고픈❞ 너에게 줄 미문

by 최동민



감각.

그것에 의존하는 이들을 향한 시선은 ‘감각’이라는 단어가 가진 아름다움에 비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나이가 들수록 비례하곤 하죠. 그래서 감각에 의존하는 어른. 그것은 철없음과 동의어로 쓰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때론 감각이 모든 것을 좋은 방향으로 돌려놓기도 하죠.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하루키는 글쓰기와는 가깝지 않은 이십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가까운 것으로 치면 야구가 훨씬 가까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그날도 야구를 보러 갔습니다. 1회 말, 투수가 제1구를 던졌습니다. 힐턴이라는 상대 타자는 피하지 않고 초구부터 승부를 걸었죠. 그리고 딱! 하는 진지한 소리가 구장에 울리고 공은 좌중간을 갈랐습니다. 그 순간을 하루키는 이런 미문에 담고 있죠.


❝방망이가 공에 맞는 상쾌한 소리가 진구 구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나는 그때 아무런 맥락도 없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문득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그때의 감각을 나는 아직도확실하게 기억합니다. 하늘에서 뭔가가 하늘하늘 천천히 내려왔고 그것을 두 손으로 멋지게 받아낸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하루키는 자신의 감각. 우연으로도 딱히 설명할 수 없는 그 감각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불러온 전혀 다른 세상. 그곳에 발을 디딜 결심을 하죠. 소설가라는 세상으로의 첫걸음을 말입니다.


이것은 야구를 전혀 보지 않던 사람이 야구 선수(까지는 아니더라도…)나 야구 팀의 스카우터 같은 일을 해봐야지! 라는 결심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그만큼 터무니 없고, 그만큼 철없는 이야기죠.


당시, 하루키의 이 이야기와 그의 결심을 들은 이들은 모두 이런 반응이었을 것입니다.

“에에...?”

하루키는 그런 반응을 가볍게 무시하고 소설을 썼고, 그 작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소설가의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떤가요.

이정도의 이야기가 실화라면.

감각, 그 철없는 것을 믿어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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