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울입니다.
누군가 나를 부를 때.
그 목소리에 담긴 온기가 그리울 때.
우리는 몸과 귀를 기울입니다.
그것은 오랜 옛날,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입니다.
구름이 그리웠던 민들레의 상승이,
땅이 그리웠던 낙엽의 낙하가.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내 어깨에 소복이 내려앉은 눈송이가
가르쳐준 것입니다.
그 눈송이에 고개를 기울여 봅니다.
그 눈송이를 핑계 삼아 마음을 기대어 봅니다.
십이월은 그러고 싶은 달.
차오르기 보다는 기울고만 싶은 달.
그러다 당신과 찻잔을 혹은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그런 달입니다.
23.5도. 지구도 태양에 기대어 도는데
어린 우리가 타인의 어깨에 고개를 기울이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니 마음껏 서로에게 기댄 채,
귀를 기울여야 들리는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그것은 어느 빵집 주인이 지친 눈의 부부에게 건넨
한 조각 롤빵처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테니까 말이죠.
이천이십이 년. 십이 월.
경기문화재단 《랑데북》오프닝.